역사적인 하루였다.
무려 9명의 코리안 유럽파가 한날 경기를 치렀다. 손흥민(22) 류승우(21·이상 레버쿠젠) 지동원(23) 홍정호(25·이상 아우크스부르크) 구자철(25) 박주호(27·이상 마인츠) 김보경(25·카디프시티) 이청용(26·볼턴) 박지성(33·PSV) 등이 총출동했다. 한국축구의 유럽진출사에 가장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뛴 날로 기록됐다. 26일은 '코리안 데이'였다.
11명의 유럽파 가운데 기성용(25·선덜랜드)과 박주영(29·아스널)을 제외하고 모두 그라운드를 누볐다. 8명이 빅리그에서 뛰었다. 독일에서는 구자철 지동원 류승우는 유니폼을 바꿔 입고 데뷔전에 나섰다.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는 코리안 듀오를 나란히 기용하며 한국인 선수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잉글랜드에서는 이청용-김보경이 143년 전통의 FA컵에서 '코리안 더비'를 펼쳤다. 네덜란드에서는 '맏형' 박지성이 모처럼 주장 완장까지 차며 '베테랑의 진가'를 보였다. 류승우가 손흥민 대신 투입되며 코리안 듀오끼리 교체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9명의 코리안 유럽파들이 그라운드를 누비 시간은 595분에 달했다.
9명의 코리안 유럽파는 모두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지동원은 도르트문트전 교체 투입 2분만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기 후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후반 43분 교체투입된 홍정호는 안정된 수비를 펼쳤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강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박주호는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마인츠는 박주호의 도움과 구자철의 활약 속에 2대1 짜릿한 역전승에 성공했다. 볼턴은 카디프시티에 0대1 패배를 당했지만, 이청용은 22명의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박지성도 전반 2분 결승골에 관여하는 등 풀타임으로 뛰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앞으로 이러한 '코리안 데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코리안 유럽파는 팀내 주축 선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독일에서는 '믿고 쓰는 한국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1978년 차범근이 유럽무대에 발을 디딘 이래 유럽은 한국축구에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제 한국축구는 더이상 유럽에서 변방이 아니다. '축구의 대륙' 유럽에서 한국을 외쳤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