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28)가 2010시즌 19홈런에 57타점을 쳤다. 다수가 깜짝 놀랐다. 불과 1년 전 백업이었다가 혜성 처럼 나타났다. 그래도 반신반의했다. 깜짝 활약하다 사라지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전준우는 달랐다. 2011시즌 타율(0.301)을 3할로 끌어올렸고, 홈런은 11개로 줄었지만 64타점으로 팀 공헌도는 올라갔다.
타 구단에서 전준우를 탐내기 시작했다. 물밑 트레이드 요청이 제법 많았다. 앞으로 국내 야구를 끌고 나갈 걸출한 야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타격 뿐아니라 수비에서도 정상급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랬던 전준우는 2012년과 지난해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2012시즌엔 타율이 2할5푼3리로 곤두박질쳤고, 지난해에는 7홈런에 그쳤다.
전준우는 지난 시즌 후반기, 아픈 발목을 참고 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시작이 끝나자 마자 오른 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는 지금 롯데의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아직 그의 몸상태는 베스트의 50% 정도 수준이다.
전준우에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오는 9월 열린다. 그는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뽑히고 싶어한다. 대표선수로 참가해 금메달(우승)을 딸 경우 병역 특례를 받아 기초군사훈련만 받고 군입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 프로선수에게 군복무 시간(2년)은 FA 자격 획득 또는 해외 진출 과정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병역의 의무를 해결하지 못한 전준우도 이번 마지막 기회를 잡고 싶은 것이다.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선 이번 시즌 전반기부터 국가대표팀 사령탑(류중일 삼성 감독)과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등의 눈에 들어야 한다. 강한 인상과 좋은 기록을 내야 최종 엔트리에 뽑힐 수 있다. 전준우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재능을 지닌 전준우가 이제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준우는 현재 테이블 세터인 타순 1번과 2번 후보와 5~6번 후보에 올라가 있다. 테이블 세터는 높은 출루율을 최우선한다. 반면 타순 5~6번에선 들어가면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쳐야 한다. 분명 해야할 역할이 다르다. 방망이의 스윙 궤도도 달라야 한다.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1년 전 "전준우가 그동안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하면서 스윙이 작아지고 맞는 포인트가 너무 앞에 두고 쳤다. 그런데 전준우가 적시타를 쳐주어야 하는 중심 타순에 들어가서도 작은 스윙으로 버티려다보니까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전준우의 타순을 어느 정도 고정시켜 주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가 안 헷갈릴 수 있다.
또 전준우는 이렇다할 경쟁자 없이 롯데의 중견수 자리를 거의 독차지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그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인 물은 썩을 위험이 높다. 전준우도 이제 '건강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항상 긴장하고 집중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