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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좀 넣는 공격수'지동원,클롭 감독님 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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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못넣는 공격수를 키워보는 것도 재밌겠지."

'매의 눈'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이 '영건' 지동원을 빗대서 했다는 말이다. 클롭 감독은 레반도프스키의 여름 바이에른 뮌헨행이 확정된 후 지동원 영입을 결정했다. 선덜랜드에서 3시즌동안 2골에 그쳤지만, 지난시즌 분데스리가 17경기에서 5골을 쏘아올린 지동원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독일 언론은 '아우크스부르크 6개월 임대→2014년 7월 FA로 도르트문트행' 뉴스를 '소설같은 이적'이라고 평가했다.

25일 밤 11시30분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날이두나파크에셔 펼쳐진 분데스리가 18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와 도르트문트의 맞대결은 '지동원을 위한 매치'였다. 경미한 허벅지 부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기 전날까지도 출전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동원은 이날 경기 직전 발표된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초반 도르트문트의 기세에 압도당했다. 전반 5분만에 도르트문트의 켈이 선제골을 밀어넣으며 1-0으로 앞서갔다. 후반 11분 벤더가 아우크스부르크 안드레 한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1-1로 팽팽하던 균형은 후반 21분 사힌의 날선 프리킥 한방에 무너졌다.

1-2로 밀리게 된 위기상황,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지동원 카드'를 빼들었다. 후반 25분, '24번' 지동원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지동원이 들어서자 클롭 감독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알듯말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불과 2분 후인 후반 27분 지동원의 머리가 번쩍 빛났다. 안드레 한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전광석화같은 헤딩으로 밀어넣었다. '컴백' 동점골이었다.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두 팔을 번쩍 치켜올렸다. 클롭 감독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지동원은 2년 연속 임대영입을 통해, 갇힐 뻔한 축구 인생을 열어준 바인지를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동시에 카가와 신지, 레반도프스키, 괴체를 키워낸 클롭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지난해 5월18일 그루이터퓌르트전 골 이후 무려 8개월만에 골맛을 봤다. 2대2 스코어가 굳어지는 순간, 클롭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동원의 '비수'는 쓰라리면서도 달콤했다. 비록 눈앞의 승점 3점은 날아갔지만, 감독에게나 도르트문트 홈팬들에게나 6개월후 '꿀벌 유니폼'을 입을 '스트라이커' 지동원의 활약이 내심 싫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후반기 첫경기,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8만여 도르트문트 팬들 앞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2011년 이후 총 5번의 맞대결 전적에서 1무4패로 절대 열세였다. 도르트문트 홈에서 열린 2차례 맞대결에서 0대4(2011년 10월 1일), 2대4(2013년 4월 6일)로 완패했었다. 지난해 8월 올시즌 홈경기에서도 0대4로 대패했었다. 그만큼 이날 2대2 무승부를 이끈 '지동원 효과'는 특별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는 경기 종료 직후 지동원의 골 장면을 메인화면에 내세웠다. '지(Ji)가 도르트문트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썼다. 지동원은 '골 못넣는 공격수'가 아니었다. 클롭 감독 앞에서 '골 제대로 넣는 공격수'임을 입증했다. '골 좀 넣는 공격수'를 키우는 일은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