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닥공(닥치고 공격)'은 이미 K-리그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전북은 막강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2009년과 2011년 K-리그 우승컵을 품었다. 그러나 '닥공'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 빈약한 수비가 있다.
2013년 전북은 K-리그 클래식 3위에 그쳤다. 38경기에서 61골을 넣은 전북은 포항과 울산(이상 63골)에 이어 팀 득점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수비력은 낙제점이었다. 49실점으로 K-리그 클래식 전체 10위에 머물렀다. 2012년에는 팀 득점 1위(82골)를 차지하고도 빈약한 수비(49실점-전체 3위)에 발목잡혀 리그 2위에 그쳤다.
지난 2년간 전북이 수비에 약점을 보인 이유는 수비수들의 잦은 부상과 팀과의 불화로 인한 이탈 때문이다. 중앙 수비수 조성환과 임유환,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가 2년 새 팀을 떠났다. 정인환과 김기희가 각각 겨울 이적시장과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북으로 이적했지만 후반기부터 호흡을 맞춰 조직력이 약했다. 빈약한 수비력에 전북은 2년 동안 K-리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전북 수비의 중심인 정인환도 수비 불안의 이유로 조직력을 꼽았다. "지난해에는 어수선하게 시작했다. 동계 전지훈련부터 손발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나도 전지훈련 도중에 팀에 합류했고 다시 런던에 가느라 전지훈련에서 빠졌다. 윌킨슨과 김기희도 후반기 이후에 경기에 나섰다. 자주 파트너가 바뀌어서 혼란스러웠다. 전지훈련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게 시즌동안 조직력 문제로 드러났다." 지난해 정인환은 인천의 괌 전지훈련 중 전북행이 확정돼 브라질 전지훈련에 늦게 합류했다. 전북 입단 이후에도 2월에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A매치에 나서느라 전지훈련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전반기에 전력 외로 판정받았던 윌킨슨은 최강희 감독이 A대표팀에서 복귀한 6월 이후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김기희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북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전북은 올시즌에 '닥공' 만큼 '닥수(닥치고 수비)'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의 정인환 김기희와 호주 출신의 윌킨슨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 최보경이 가세해 수비가 한층 두터워졌다. 전북은 3년만에 처음으로 완성된 수비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
정인환도 올해는 더이상 혼란스럽지 않단다. 전지훈련부터 윌킨슨과 중앙 수비로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김기희가 A대표팀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지만 지난해 호흡을 맞춰 큰 문제가 없다. 정인환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세 명 중 누가 주전으로 나설지 모르지만 시즌 초반부터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강한 수비력을 자신했다. '진공 청소기' 김남일의 합류도 수비수들에게 큰 힘이다. 정인환은 "수비수 입장에서 바로 앞에서 남일이형이 서주면 정말 든든하다. 수비 라인을 잡아주고 이끌어 준다"고 덧붙였다.
포백 라인도 든든하다. 국가대표 출신의 측면 수비수 최철순이 4월 전역해서 팀에 합류한다. 지난해 영입한 22세 이하 대표팀의 이재명까지 정상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전북의 포백 라인은 국가대표급으로 구성된다. 올시즌 전북의 K-리그 클래식 및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동시 우승은 '닥수'에 달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