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다나카 양키스행, 윤석민에게 미칠 영향은?

by

이제서야 시선 좀 받게 됐다.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26)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 전격 입단하게 되면서 윤석민(27)의 메이저리그 입단 협상도 속도를 내게될 듯 하다.

그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온통 '다나카' 생각뿐이었다. 사실상 FA시장에 나와있는 다른 투수들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나 영입 타당성 조사자료 등은 책상 한켠으로 치워져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금력이 풍부하거나 투수력 보강이 절실한 구단들은 '영입 0순위'로 오직 다나카만 생각했다.

결국 승자는 뉴욕 양키스였다. 양키스는 23일(한국시각) 전격적으로 다나카와 계약했다. 7년간 총액 1억5500만 달러(약 1654억원)의 엄청난 대형계약이었다. 이는 다나카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얼마나 높았는 지를 알려주는 수치다.

이제 '다나카 광풍'은 모두 그쳤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천문학적인 돈의 판타지게임에서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현실적인 시장에도 여전히 쓸만한 FA투수들은 남아있다. 전력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재빨리 이런 선수들을 데려가야 한다. 그 가운데에 바로 윤석민이 있다. 윤석민에 대한 영입작업이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다.

현지 FA시장에서 윤석민은 '다나카 대안그룹'으로 분류된다. 이는 곧 "다나카를 못 잡았을 경우에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카드"라는 뜻이다. 한국 팬의 입장에서는 꽤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지만, 현실적인 평가가 그렇다. 게다가 그 대안그룹 중에서도 A그룹이 아니라 B그룹이다.

미국 CBS스포츠는 다나카의 양키스행이 확정되기 직전인 지난 22일 "양키스가 다나카를 영입하지 못할 경우 대안으로 선택할만한 투수들"을 선정했다. FA 맷 가자(31)와 우발도 히메네스(30) 어빈 산타나(32) 등이 가장 좋은 대안, 즉 A그룹으로 손꼽혔다. 윤석민은 브론슨 아로요(37), 폴 마홈(32) 등과 함께 'B그룹'에 속했다.

하지만 'B그룹'이라고 해서 실망할 일은 아니다. 아로요나 마홈 등은 결코 지명도가 낮은 투수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10승 투수들이다. 메이저리그에 처음 도전하는 선수치고는 윤석민에 대한 평가가 괜찮다고 볼 수 있다. 운이 없게 다나카와 비교되는 바람에 평가절하된 것 뿐이다.

이런 현실적인 평가를 감안하면 윤석민의 '소속팀 찾기'는 꽤 급격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나카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던 구단 중에서 '최종 승자' 뉴욕 양키스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붙잡은 LA다저스를 뺀 다른 구단들은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LA에인절스나 시카고 컵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보스턴, 시애틀 등이 다나카에 관심을 드러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팀이다. 바꿔 말하면 이런 구단들은 선발 투수를 원하고 있다. 윤석민의 협상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일찌감치 윤석민에게 관심을 보연 미네소타 역시 포함된다.

윤석민이 비록 '다나카 대안 B그룹'으로 분류되지만, 장점이 뚜렷하다. 우선 B그룹 가운데 가장 젊다. '내구성'을 중시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수의 가치 평가 척도에서 나이를 매우 중요하게 고려한다. 윤석민은 같은 B그룹의 아로요보다 10살이나 어리다. 마홈보다도 5살이 적다. 그만큼 '내구성'이 길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이라는 점. 아로요는 지난해 신시내티에서 무려 1645만 달러(약 175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2013년 애틀랜타에서 뛴 마홈의 연봉은 650만 달러였다. 때문에 이들과 계약하려면 아로요의 경우 연평균 1200~1500만 달러, 마홈은 600~900만 달러 정도를 줘야한다. 하지만 윤석민은 이들에 비해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크다. 메이저리그 구단 역시 이를 알고 있고, 윤석민의 에이전트인 보라스 코퍼레이션도 이런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역설적으로 윤석민이 선발과 중간계투를 모두 경험했다는 것이 장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석민은 고정된 선발을 원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은 이를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구단 사정에 맞춰 초반에는 불펜에서 기용하다가 어느 정도 시험을 거친 후에 로테이션에 합류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간 선발과 불펜, 심지어 마무리까지 했던 윤석민의 경력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윤석민의 메이저리그행도 한층 속도를 내게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