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애리조나 캠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선수들 덕분이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16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본격적인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투산에 위치한 에넥스필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애리조나에서도 한적한 도시 투산, 따뜻한 날씨에 4면의 야구장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쾌적한 조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 초반 돋보이는 건 새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다. 메이저리그의 '네번째 외야수'로 뛴 경험이 있는 테임즈는 프리배팅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호쾌한 스윙에 담장을 넘기는 파워. 국내 선수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아예 '거포조'를 만들어 테임즈와 함께 훈련을 시키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선 효율 극대화를 위해, 조별로 훈련을 도는 게 일반적인데 아예 거포들만 한 자리에 모아놓은 것이다. 거포조엔 테임즈 외에도 이호준 조영훈 조평호 나성범 이명환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성장중인 나성범과 이명환에겐 테임즈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지켜보라는 주문을 했다고. 선수들 역시 테임즈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며 조언을 듣고 있다. 어색할 법한 테임즈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고 있다.
오랜만에 외국인타자가 들어온 탓에 국내 선수들의 호기심도 급상승한 모습이다. 모창민은 메이저리거들의 훈련법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테임즈에게 평상시 루틴을 물어보며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테임즈가 토스배팅 때 쓰는 독특한 모양의 배트도 관심사였다. 테임즈는 한쪽 면이 평평해 마치 크리켓 배트와 야구 배트를 합친 듯한 특수 배트를 토스배팅 때 자주 사용한다. 토스배팅에서 정확도 향상을 위한 배트다.
테임즈는 프로 데뷔 후 한 차례도 소화하지 않았던 1루 수비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아직 몸에 익지 않아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핸들링 등은 나쁘지 않다는 평. 기본적으로 가진 기량이 있어 빨리 적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임즈도 훈련 종료에도 "10개만 더!"를 외치며 부족한 부분을 빨리 채워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욕이 넘치는 셈이다.
반면 새 외국인투수 테드 웨버는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 선수단 상견례 때도 오른손을 들어보이며, "난 오른손투수다.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서 기쁘다"는 짧은 인사만 건넸다. 그래도 웨버는 이미 한국무대 적응을 마친 찰리와 에릭의 도움을 받고 있다. 찰리와는 네브라스카대학 동문으로 이미 친한 사이. 여기에 에릭까지 가세해 삼총사로 우애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2.48)에 오르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찰리는 이미 한국선수가 다 됐다고. 선수단 상견례 때도 모처럼 본 동료들에게 "Hi~"란 말만 건네는 여유를 보인 찰리는 휴식일엔 아예 국내 선수들과 함께 쇼핑을 하고 밥을 먹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선수들이 주로 혼자, 혹은 끼리끼리 휴식일을 보내는 것과 달리, 찰리는 국내 선수들과 함께 휴식을 즐기고 있다.
지난해부터 NC가 외국인선수에게 강조한 게 '적응력'과 '융화력'이다. 지난해 아담이라는 실패 사례도 있기에 올해는 계약과정부터 단단히 준비를 했다. 테임즈와 웨버는 물론, 2년차인 찰리와 에릭도 놀라운 적응력으로 팀원들과 하나로 뭉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