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느냐."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어느 경기가 가장 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돌아온 미소였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이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선수들은 해피엔딩을 위해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지켜보면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이가 있다. 김재열 소치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인 그는 빙상을 넘어 스키, 봅슬레이 등 전체 선수단의 아버지 역할을 맡고 있다. 올림픽 선수단장의 중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단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소치올림픽 취재기자단 간담회를 열었다. 대한체육회는 역대 최다인 71명 선수가 소치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소치올림픽을 위해 정말 많은 땀을 흘렸다.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응원하고 선전을 기원하는 팬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선수 단장을 맡아서 영광스럽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은 그동안 스피드,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 출전 선수가 집중됐다. 소치올림픽에서는 여자 컬링이 처음으로 참가한다. 봅슬레이와 루지도 전 종목에서 출전권을 획득하는 등 참가 종목이 다변화됐다. 한국 겨울스포츠에 부는 새로운 바람이다.
김 단장은 "출전 선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선수들의 경기력과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지보다 음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모두가 소중한 선수들이다. 스켈레톤의 윤성빈(한국체대)은 입문 2년도 안돼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출산 후 복귀(크로스컨트리 이채원)하거나 육상을 하다가 현역생활을 접었지만 다시 스포츠계로 돌아온 선수(봅슬레이 김선옥) 등 배울 점이 많은 선수들이 많다. 인기를 덜 받는 비인기 종목의 무명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김 단장은 이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쏟아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서울시청) 모태범 이승훈(이상 대한항공)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 '빙속 3총사'가 밴쿠버올림픽 전에는 금메달을 따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특히 이상화는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이후 독보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그리고 "경기 일정표를 보면서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어 혼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설상 종목은 익숙하지 않지만 평창올림픽이 잘 되려면 모든 종목에서 잘해야 하니까 이번에는 설상 종목에 더 관심을 둘 생각"이라며 웃었다.
기대와 희망이 교차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 이번에는 아니더라도 4년 더 하면 분명히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이상 획득, 3년 연속 종합 순위 10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수단은 23일 태릉선수촌에서 결단식을 한다. 선수단 본단은 2월 1일 전세기편으로 장도에 오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