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지도자가 홍명보호에 첫 합류했다.
위트레흐트 감독을 지낸 네덜란드 출신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56)는 홍 감독을 보좌해 브라질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홍 감독은 러시아에서 두 샤트니에 코치를 처음 만났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교집합이었다. 홍 감독이 6개월간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안지에서 지도자 연수를 할 때 두 샤트니에는 코치였다. 6개월간 호흡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홍 감독은 두 샤트니에 코치의 합류에 기대가 컸다. 브라질월드컵 첫 상대인 러시아는 물론 유럽 전역을 누비고 있는 벨기에 선수들의 정밀 분석과 유럽파 태극전사들의 컨디션 점검도 맡길 계획이라고 했다.
두 샤트니에 코치가 한국행을 결정한 배경은 히딩크 감독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으로 가면 지도자를 향한 선수의 충성심이 높고 훈련 집중도도 높아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추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첫 발을 뗐다. 두 샤트니에 코치가 코칭스태프 일원으로 그라운드에 포진했다. 홍 감독은 한국 문화와 대표팀 분위기에 최대한 빨리 익숙해질 것을 주문했다. 태극전사들과 함께 훈련한 지 어느덧 엿새가 흘렀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 축구는 어떤 얼굴일까.
히딩크 감독의 말은 현실이었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팀 미팅, 훈련 장소나 식당에 선수들이 함께 모여 오는 게 대단해 보였다. 특히 규율이 바로 서 있고 선수들이 코치를 대하는 태도가 인상깊었다"며 "러시아 선수들은 규율이 잘 잡혀있지 않다. 한국의 팀 정신은 본선 무대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K-리거 20명과 2명의 J-리거, 1명의 중국 슈퍼리거 등 23명이 함께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도 확인했다고 한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물론 체격에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중앙수비수 두 명은 장신에다 무려 160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다. 하지만 한국의 뛰어난 압박 능력을 잘 사용한다면 충분히 누를 수 있다"며 "한국이 벨기에, 러시아에 비해 피지컬과 힘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눈에 띈 선수도 있었다. 장신공격수 김신욱(울산)과 왼쪽 윙백 김진수(니가타)였다. 그는 "김진수는 잠재력과 재능이 매우 크고, 김신욱은 공격수로서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큰 선수"라며 웃었다.
물론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고 했다. 뒤뇌 플레이를 꼽았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한국은 언제나 빠른 템포로만 경기를 풀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가끔은 패스를 돌리면서 템포를 죽일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전지훈련 뒤 네덜란드에 머물면서 상대국 전력 분석을 계속할 계획이다. 벨기에는 직접 방문해 선수들을 관찰하고,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수년간 쌓은 인맥을 활용한 '저인망식' 수집으로 정보를 쌓겠다고 했다. 알제리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두 샤트니에 코치의 합류로 훈련장 분위기는 색다르다. 홍 감독으로선 천군만마를 얻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