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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만 뛰는 KT, 외인 로리 영입까지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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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만 경기를 치르는 KT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KT가 투수 마이크 로리를 전격 영입하게 된 속사정은 무엇일까.

KT는 20일 외국인 투수 로리를 영입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로리는 한국팬들에게 낯이 익은 선수다. 지난 2012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 라미고 몽키스 소속으로 출전해 한국대표 삼성과의 경기에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삼성의 자존심을 구기게 했던 바 있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 프로팀에 입단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 그런데 KT라면 얘기가 다르다. KT는 이번 시즌 2군 경기에만 나서게 되는 KT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국내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으며 내년 시즌 1군 리그 참가를 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리 영입을 결정했다. 아홉번째 구단 NC의 창단 과정을 참고하며 비슷한 전철을 밟던 KT가 확실하게 다른 결정을 내린 부분이다.

무작정 영입한 것은 아니었다. KT가 로리를 영입하기 여러 조건들이 한 번에 들어맞았다. 가장 중요한 건 선수 본인의 의지다. 외국인 선수들은 2군 리그에서 뛰는 자체를 싫어한다. 미래에 어느 리그에서 뛰게 될 지 모르는데, 2군 리그에서 뛴 기록이 남으면 아무래도 다른 리그에서 이 선수를 급이 낮은 선수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선입견 때문이다. 그런데 로리는 KT쪽에 "한국에서 뛸 수만 있다면 1군이든, 2군이든 상관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로리는 이미 2012 아시아시리즈 삼성전 호투 후 "한국에서 정말 뛰고싶다"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의욕이 대단했다. 실제, 직간접적으로 KT가 로리쪽에 입단 의사를 타진했을 때 로리는 자비를 들여 KT 캠프가 차겨진 미국 애리조나 투산으로 와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고 한다. 로리를 지켜본 조범현 감독은 "1년을 잘 키운다면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합격 통보를 내렸다. 대만리그 MVP 수상 경험, 삼성전 호투 경험 등도 플러스 요소가 됐다는 후문이다. 육성형 선수 개념이다.

KT도 로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KT는 야심차게 뽑은 신인 투수 심재민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는 등 당장 실전보다는 재활이 필요한 투수들이 더러 있다. 때문에, 2군 리그라도 로테이션을 채워줄 투수 자원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많은 돈을 쓰지도 않았다. 로리의 한국진출 의지가 워낙 강해 금액 협상이 매우 유리하게 진행됐다. 아직 최종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15만달러(약 1억6000만원) 이상을 줄 일은 없을 것이라는게 KT쪽의 설명이다. 또, 2015 시즌 계약 보장 조건도 없다. 이번 시즌 활약 정도를 보고 구단이 로리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9개 구단이 KT를 도왔다. 사실, 지금까지 2군에서 외국인 선수가 뛴 경우가 없었다(독립구단 고양원더스 제외). 아무리 막내구단이라지만 2군 경기 만을 위한 외국인 선수 영입은 다른 구단들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 KT는 각 구단에 "육성형 선수로 키우는 개념이다. 경기에서 이기겠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라고 일일이 설명을 했다고 한다. 나머지 구단들도 이런 KT의 뜻을 알고 흔쾌히 OK 사인을 내렸다고 한다.

한편, 로리는 오는 25일 애리조나 투산 KT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