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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슨이 마음 먹고 농구하면 막을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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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리그 득점왕이 마음 먹고 농구하면 막을자가 없다?

LG가 프로농구판을 진정한 삼국지로 만들었다. LG는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선두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혼자 코트를 완벽하게 지배한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의 활약에 힘입어 69대67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LG의 승리로 모비스-SK-LG의 성적이 모두 25승11패로 맞춰지게 됐다. 시즌 중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세 팀이 공동 1위를 차지하게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됐다.

이날 경기는 여러 흥미로은 요소가 많았다. 공교롭게도 양팀의 앞선 세 경기는 모두 창원에서 열렸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적한 김시래의 울산 복귀전이었다. 모비스 구단은 경기 전 김시래에게 꽃다발을 전달했고, 울산팬들은 큰 박수로 김시래를 응원했다. 또, 문태종(LG)-태영 형제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제퍼슨의 환상적인 플레이 앞에서 모든 것이 잊혀졌다. 그야말로 제퍼슨 혼자 모비스 5명의 선수를 모두 제압한 경기. 32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67-67이던 마지막 순간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냈다. 결승포 포함, 승부처이던 4쿼터에만 12점을 몰아쳤다. 수비에서 로드 벤슨,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상대로 이를 악물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 두 사람과의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은 점도 칭찬해줄 만 했지만 압권은 공격에서였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맹폭했다. 수준이 다른 개인기를 앞세워 손쉽게 골밑 득점을 이어갔고 동료들과의 2대2 플레이도 훌륭했다. 군더더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순도 100%의 깔끔, 담백한 플레이였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경기 전 "지난 3차전(12월 14일 경기)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제퍼슨이 부진했기 때문이었다. 의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달라진 모습이었다. LG의 외곽이 좋기 때문에 상대 외국인 선수들을 어떻게 막아내는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유 감독의 예상이 정확히 적중했다. 물론, 모비스에게는 악몽이 됐지만 말이다.

유 감독의 말대로 최근 제퍼슨은 막을 수가 없다. 지난 8일 KT전이 시작이었다. 팀은 패했지만 28득점을 하며 부진한 모습에서 반전을 알렸다. 이후 팀이 3연승을 달리는 동안 일등공신은 제퍼슨이었다. 특히, 중요했던 15일 SK전에서 혼자 33득점 1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자신은 급이 다른 선수임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제퍼슨은 한국무대에 데뷔할 때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LG가 다크호스로 손꼽혔던 것은 김종규의 선발 뿐 아니라 제퍼슨의 존재 때문이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LG의 선택을 받은 제퍼슨은 유럽에서도 상위리그로 손꼽히는 러시아리그에서 2011~2012 시즌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로 이름값이 높은 선수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으며 애를 먹었다. 여기에 2라운드에서 뽑힌 크리스 메시가 맹활약하며 설 자리를 잃었다. 제퍼슨이 태업을 하고 짐을 싸 한국을 떠나겠다고 했다는 소문이 농구계에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팀이 선두 경쟁을 가장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최근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팀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제퍼슨이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쭉 이어간다면 LG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듯 하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