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실패는 없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꺼내든 카드는 이미 한 차례 실패의 씁쓸함을 맛본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다.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KIA의 2014시즌 뒷문은 다시 한 번 외국인 투수가 맡게 된다. 과연 이번에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KIA는 올 시즌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만족스럽게 뽑았다. 선동열 감독은 "구단 쪽에서 다 내가 원하는 유형의 선수를 뽑아줬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장거리형 내야수인 브렛 필, 일본 프로리그 다승왕 출신의 정통 선발형 투수 데니스 홀튼, 그리고 마이너리그에서 100세이브 이상을 달성한 전문 클로저 하이로 어센시오가 올해 KIA에 합류했다. 각자 장점이 뚜렷한 유형의 선수들이다.
특히나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영입이 확정된 선수가 바로 어센시오다. 어센시오는 지난해 12월 15일에 일찌감치 KIA와 계약했다. 이는 곧 KIA가 어센시오를 영입하는 데 그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필이나 홀튼도 반드시 영입해야 하는 선수였지만, 어센시오가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왜 일까.
이는 어센시오의 보직과 관련 깊다. 어센시오는 마무리 투수다. 마이너리그에서 9시즌 동안 38승31패 119세이브,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어센시오는 선발보다는 불펜, 특히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9시즌 동안 119세이브라면 '전문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KIA의 현 상황에서는 어센시오를 능가할 대안이 있을 수 없다. KIA는 최근 수 년간 마무리 부재로 고생해왔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유동훈이 맹활약한 뒤로 제대로 된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선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12시즌 개막에 앞서 "마무리 강화가 숙제"라고 했는데, 2년 동안 이 목표를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난시즌에는 과감하게 외국인 마무리 카드를 빼들었다. 2012년 선발로 팀에서 활약했던 앤서니 르루를 스프링캠프부터 마무리로 낙점한 뒤 시즌 초반부터 가동했다. 하지만 이 작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앤서니는 구위가 뛰어났지만, 마무리 경험이 부족했다. 경기를 끝내야 할 상황에 끝내지 못했고, 쉽게 흥분해 스스로 무너졌다. 앤서니의 실패를 지켜보며 선 감독은 '전문 마무리'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됐다.
국내 투수들 중에도 전문 마무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투수진 중에서 '2009 우승의 주역' 유동훈이 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구위가 전과 같지 못하다. 윤석민은 미국으로 떠났고, 김진우는 선발이 훨씬 어울린다. 그래서 결국 다시 외국인 투수 중에서 '전문 마무리' 경험이 있는 선수를 찾는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계획한 대로는 선수 선발이 됐다. 어센시오에 거는 선 감독의 기대는 매우 각별하다. 어쩌면 팀 성적 자체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펙'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센시오는 분명 검증된 전문 마무리다. 문제는 과연 한국리그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배트 컨트롤과 컨택트 능력이 좋은 한국 타자들은 경기 막판 박빙에서는 더욱 스트라이크존을 좁히고 들어온다. 어센시오가 이런 환경에 빨리 적응한다면 세이브 달성을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한국 스타일의 야구 적응에 애를 먹는다면 KIA는 또 다시 실패의 쓴맛을 봐야할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