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든 큰 사고를 경험하면 이후 바짝 긴장하고 유사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권에선 어떤 형태가 되었든 일단 사고가 한번 터지면 임직원들은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 산하 금융회사들은 다소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갖가지 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문이다.
전국민을 들끓게 하고 있는 카드회사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고에는 'NH농협카드'가 이름을 올렸다. 농협계열 회사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허술한 내부통제에 따른 '기강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고는 반복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무엇보다 농민들과 어민, 축산인들의 출자로 세워진 농협이 사실상 공기업이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기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모럴 해저드' 맥락에서 농협의 각종 사고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농협중앙회가 있다.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해 만든 조직이 NH농협금융지주이고, NH농협금융지주 산하에는 NH농협은행과 NH농협증권, 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선물, NH농협캐피탈, NH-CA자산운용 등 7개 금융회사가 속해있다.
NH농협카드는 농협은행의 사업부분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 지배구조상 상위기관인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는 이번 카드사고의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중앙회나 지주회사나 아직까지 큰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어 보인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NH농협 카드사태와 관련,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보안을 잘 해보려고 외부업체에 맡겼다가 외부업체 직원이 저지른 일이어서 곤혹스럽다"고 했다.
또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사태수습 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짚고 넘어갈 것"이라면서도 "중앙회가 모든 사업부분에 관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선을 그었다. 상급기관으로서 무한책임을 지고 기강을 다잡겠다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농협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이가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이다. 내부 통제가 느슨하게 이뤄지다보니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원병 회장은 지난 2011년 4월 농협의 대규모 전산망 해킹 당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상임이라 업무를 잘 모르고, 한 것도 없으니 책임 질 것도 없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매서운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농협 조직에 긴장감이 적고,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최 회장의 조직 장악력과 관계가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농협은행에선 지난해만 하더라도 3차례 전산사고가 발행했다. 또 NH농협금융지주 산하 금융계열사들은 지난해 각종 불법·탈법 행위가 적발돼 금융위원회로부터 17건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금융지주 회사 단위로는 최다 징계였다. 농협의 이같은 사고다발은 조직내 '솜망방이 처벌'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고를 일으켜도 해당직원에 대한 징계가 가볍다보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지난 4년간 NH농협은행 금융사고 피해액만 380억원이고 조합 피해액도 176억원에 달한다"며 "이 중 내부직원의 횡령과 유용이 65.5%에 육박한다"고 농협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질타했다.
또 국감자료에 따르면 농협금융 계열회사 직원 1만8000여명 중 2500여명이 억대 연봉자인 것으로 나타나 농가의 평균소득(3100만원)과 대비된다는 비판이다. 조직은 느슨하게 운영되면서도 과도한 헤택을 누리는 방만경영의 전형인 셈이다.
농협은 지난 2011년 4월 해킹사고 당시 3000여명의 피해자게에 보상을 한 적이 있다.
이번 3개 카드회사 개인정보 유출사고에서 NH농협카드의 경우 정보유출 피해자는 2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카드는 KB국민카드 및 롯데카드와 함께 개인정보 유출로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을 약속했다.
농협의 반복되는 사고는 과연 언제쯤 잦아들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