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하려면 적어도 1년은 필요한 상태다."
동부 이충희 감독. 현역시절 '슛도사'라는 명성을 누리며 한국 남자농구 역사상 최고의 슈터로 불렸다. 은퇴 이후에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한동안은 현역 때의 명성에 어울리는 성적을 냈다. 그러나 요즘의 이 감독은 밤잠을 제대로 못이루고 있다. 2013~2014시즌 동부 지휘봉을 잡으며 무려 5년 10개월 만에 프로 감독으로 돌아왔지만, 팀 성적이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 감독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 팀이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나마 제 몫을 해주던 포워드 이승준(36)이 큰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선수 생명이 우려될 정도다. 시즌 초반 12연패의 악몽을 가까스로 벗어났던 동부는 최근에도 8연패에 빠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주축 선수가 시즌 아웃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 '설상가상'이라는 사자성어가 무색할 정도다.
이 감독은 19일 고양 오리온스전을 앞두고 이승준의 상태에 대해 "정밀 검진 결과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승준은 지난 17일 안양 KGC전에서 4쿼터 5분경 2점슛을 성공한 뒤 수비를 하려고 홈코트 쪽으로 몸을 돌려 뛰다가 갑자기 코트에 쓰러졌다. 왼쪽 발목에 큰 통증을 호소한 이승준은 결국 코트 밖으로 들것에 실려나간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현장 의료진은 '아킬레스건 파열' 소견을 냈는데, 정밀 검진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승준은 20일에 수술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이번 시즌에 더 이상 나설 수 없게 됐다.
아킬레스건 파열은 농구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부상이다.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의 애슐리 로빈슨도 같은 부상으로 결국 한국을 떠났다. NBA를 대표하는 LA레이커스의 스타플레이어 코비 브라이언트 역시 지난해 4월 13일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입은 뒤 코트에 돌아오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완전히 기량을 되찾지 못하다가 최근 또 무릎을 다쳐 쉬고 있다.
아킬레스건 파열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에는 보통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감독은 "20일에 수술을 받으면 깁스만 10주를 하고 있어야 한다. 다친 부위가 낫는 데만 해도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후 재활 훈련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코트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잔여경기 뿐만 아니라 다음 2014~2015시즌도 중반은 돼야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이다. 동부에나 이승준에게나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승준은 이번 시즌 35경기에 나와 평균 11.4득점에 6.5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이승준이 뛸 때도 연패에 허덕였던 동부였다. 이제 이승준이 빠진 동부가 얼마나 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 감독은 "시즌 전에는 이런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면서 "김주성과 외국인 선수 허버트 힐에 이어 이승준까지 부상을 당해 정말 괴롭다"면서 "그나마 상태가 나아진 김주성을 조심스럽게 가동시켜 난국을 타개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과연 동부의 추락은 언제쯤이나 멈춰질 것인가.
고양=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