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남자프로농구는 모비스-SK-LG가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더욱 재미있다. 전력, 분위기 상 세 템의 3강 구도가 시즌 막판까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뚜렷한 개성이 있는 세 팀은 각자 스타일의 농구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한다. 세 팀의 강점은 그동안 많이 조명됐다. 그렇다면 세 팀의 아킬레스건은 과연 무엇일까. 이 약점을 극복해야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모비스 '사고뭉치 벤슨 어떻게?'
모비스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유는 안정감이다. 유재학 감독의 전술 아래, 어떻게 보면 딱 정해진 공식같은 농구를 하기 때문에 기복이 적을 수밖에 없다. 선수 구성도 좋다. 양동근과 이대성이 앞선에서 공-수를 확실히 분담하고 있고, 득점이 필요할 때는 문태영을 찾으면 된다. 로드 벤슨-리카르도 라틀리프-함지훈의 밑선도 좋다.
그런데 이번 시즌 벤슨 때문에 유독 애를 먹고있는 모비스다. 경기력, 절제 능력 등에서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m8의 큰 키에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공격과 수비로 우승 청부사 역할을 하던 벤슨의 모습이 아니다.
17일 SK전이 그랬다. 원체 성공률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경기 후반 벤슨이 자유투에서 조금만 더 집중력을 보여줬더라면 모비스는 SK를 꺾을 수 있었다. 자유투까지 가는 과정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만큼 골밑에서 확실한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시즌 유독 경기 중 흥분을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SK전에서도 4쿼터 스크린 과정에서 쓸 데 없는 밀치기 행위로 공격자 파울을 범해 상대에 흐름을 넘겨줬다. 경기 후반 화를 참지 못하고 돌발행동을 해 팀 승리를 방해한 경우가 벌써 수차례다. 유 감독이 따로 불러 면담을 했을 정도. 벤슨은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을 하지만 이번 시즌 풀린 고삐가 쉽게 조여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벤슨이 제 역할을 해줘야 모비스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라틀리프 역시 수준급 센터지만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기술, 경험에서 앞서는 벤슨이 골밑을 책임져줘야 한다.
▶SK '헤인즈 의존증 줄여라'
SK 문경은 감독이 이번 시즌 자주 꺼내는 말이 있다. "헤인즈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도 살리는 플레이를 하겠다"였다. 실제로, 문 감독은 김민구(KCC) 가격 파문으로 헤인즈가 5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것을 기회로 여겼다. 이 때를 틈타 선수들이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코트니 심스와의 호흡을 맞춰볼 것을 기대했고, 실제로 심스와 국내 선수들이 좋은 조화를 보이며 남은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헤인즈 복귀 후 SK는 다시 비슷한 팀 컬러로 돌아가고 있다. 결국, 승부처에서 문 감독이 찾는 선수는 헤인즈 뿐이다. 이를 두고 문 감독을 비난할 수는 없다. 감독 입장에서는 가장 확률 높은 카드를 꺼내 어떻게든 득점을 만들어내야하기 때문. 헤인즈만큼 확실한 공격수는 현재 KBL 리그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헤인즈 의존증이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다른 국내 선수들이 공격에 있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또, 계속되는 헤인즈의 공격 패턴이 언제까지 통한다는 보장도 없다. 특히,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에서 한계를 드러낼 확률이 크다. 한 팀과의 계속되는 연전이기에, 상대가 SK의 공격 패턴을 쉽게 읽을 수 있고 헤인즈 공격에 대한 특별 대비책도 들고 나올 수 있다. 이어지는 경기에 헤인즈의 체력도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심스를 중요하기도 힘들다. 골밑에서 상대를 완전히 압도해주는 것이 아니다. 심스가 들어가면 SK 특유의 3-2 드롭존과 빠른 속공이 실종된다. 또, 심스가 골밑에 있을 경우 김선형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어 돌파에 이은 무서운 골밑 득점을 보기도 힘들어진다.
▶LG '감독도 걱정하는 선수들의 경험'
LG는 전자랜드-오리온스-KT 중위권 세 팀이 잇달아 패하며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다. 하지만 복병 KGC에 대승을 거둔 후 SK와 삼성까지 격파하며 다시 선두권 싸움에 불을 지폈다. 그만큼 LG에 힘이 생겼다는 뜻이다.
위에서 보여지듯 LG에 가장 큰 문제는 기복이다. 포인트가드 김시래 "우리팀의 가장 큰 강점은 분위기를 탄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양날의 검이다. 한 번 불이 타오르면 무섭게 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맥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장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경험이다. 매 경기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일 수는 없다. 부상 선수들도 나올 수 있다. 좋든, 안좋든 상황에 맞게 선수들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그러기에는 LG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하다. 특히, 경험이 가장 필요한 가드라인이 어리다. 김시래, 유병훈, 박래훈 등은 아직 신인티를 벗지 못했고 양우섭도 큰 경기 경험이 없어 안정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키 맨이 문태종이 된다. 슈터이지만 경기 중간중간 템포를 조절하는 조율 능력도 보여준다. 문제는 체력 문제로 문태종이 긴 출전시간을 소화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점. 그리고 경기를 완전히 지배하기에는 스피드와 드리블 등에서 한계를 보인다는 점 등이 문제다.
결국, 젊은 선수들이 꾸준함을 유지하는게 관건이다. LG 김 진 감독은 "선수들이 시즌을 치르며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들이 많이 보인다.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이번 시즌 최대 변수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