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심판계만 유독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휘슬을 잡을 주심 25명이 15일 확정됐다. 대륙별로 유럽에서 9명, 남미 5명, 아시아 4명, 아프리카와 북중미에서 각각 3명씩 선발됐고, 오세아니아에서도 1명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 주심은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심판으로는 라프산 이르마토프(우즈베키스탄), 니시무라 유이치(일본), 나와프 슈크랄라(바레인), 벤 윌리엄스(호주)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부심도 마찬가지다. 후보자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맥이 끊겼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 박해용 심판이 처음으로 부심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는 전영현 부심이 참가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김영주 심판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주심을 맡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김대영 부심,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정해상 부심이 나서는 등 5회 연속 월드컵 심판을 배출했다. 하지만 브라질월드컵은 좌절됐다.
이유는 뭘까. 월드컵에서 휘슬을 잡기 위해서는 체력테스트 통과가 기본이다. 여기에다 영어 축구 규칙과 말하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심판들은 언어의 벽에 걸려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이한 상황인식도 한몫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심판진에 '트리오(trio) 시스템'이 적용됐다. 주심 1명과 부심 2명을 한 조로 묶는 형태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려고 대부분 같은 언어권 심판끼리 짜인다. 국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정해상 부심은 일본인 주, 부심과 같은 조로 묶였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심판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도 발전을 더디게 했다.
다행히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지난달 경기인 출신인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장이 심판위원장에 올랐다. 그는 상비군처럼 젊은 국제 심판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AFC, 아시아 국가들과의 심판 교류에도 힘을 쓸 예정이다.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선 월드컵 심판을 배출하겠다는 의지다.
심판계의 불협화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정 능력 또한 상실했다. 칼을 꺼내든 정 위원장의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