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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입성 홍명보 감독의 속도 조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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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경쟁이 시작됐다.

월드컵 출전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때가 때인 만큼 자칫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이 예방주사를 놓았다. "경쟁이라는 말이 너무 와 닿으면 옆에 있는 동료를 누르고 이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서로 배려해가면서 경쟁하면 시너지 효과가 더 날 수 있다. 이 부분을 이구아수에서 유심히 지켜보겠다."

홍명보호가 15일(이하 한국시각) 첫 전지훈련캠프인 브라질에 입성했다. 인천에서 미국 LA, 브라질 상파울루, 이구아수로 이어진 3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었다. 2014년 월드컵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위해 브라질을 찾은 국가대표팀은 한국이 처음이다. 홍명보호에게는 6월 13일 월드컵 본선 개막에 앞서 장기 해외 전지훈련을 소화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태극전사들은 본선에서 베이스캠프로 사용할 버번 이구아수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K-리거 20명과 2명의 J-리거,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 하대성 등 23명이 16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브라질의 낯선 기후와 환경을 미리 몸으로 느껴본다는 점은 5개월 뒤 본선에서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비장하다. 홍 감독은 이미 최종엔트리(23명)의 80%가 그려져 있다고 했다. 부상 등 변수가 없는 한 17~18명은 브라질호 승선이 확정됐다. 남은 자리는 5~6 자리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사투다. 최선이 안되면 홍 감독의 플랜B 구상에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홍 감독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다. 수위 조절에 나섰다. 과열 경쟁은 독이 될 수 있다. 홍 감독이 브라질 입성 일성에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상하지 않고 같은 선수들끼리도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브라질행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각자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언제든지 기회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갈 길이 쉽지 않다. K-리그와, J-리그, 중국 슈퍼리그는 오프 시즌이다. 홍 감독은 브라질에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수들 대부분의 컨디션이 70∼80퍼센트 수준이다. 완벽하게 경기할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다. 미국에 가기 전에 컨디션을 최대한 높이 끌어올리고 전술적인 준비도 병행하겠다."

홍명보호는 브라질에서 일주일간 훈련한 후 22일 미국 LA로 이동, 다음달 2일까지 담금질을 이어간다. 세 차례의 평가전이 기다리고 있다. 코스타리카(26일·LA), 멕시코(30일·샌안토니오), 미국(2월 2일·칼슨)과 차례로 맞닥뜨린다. 결전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의 경쟁 외에 홍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는 의미있는 시간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감독 출신인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가 처음으로 합류했다. 또 브라질 명문 산토스 수석코치 출신인 데니스 이와무라 부산 아이파크 피지컬 코치를 비디오분석관으로 영입했다. 모두가 호흡을 맞추는 첫 장이다. 홍 감독은 외국인 코치들에게는 한국 문화와 대표팀 분위기에 최대한 빨리 익숙해질 것을 주문했다. 또 음식, 숙박 등 5개월 뒤 본선에서 가동될 대표팀 지원 체계를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다.

홍 감독의 철학은 개인이 아닌 '원팀'이다. 2회 연속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향한 홍명보호의 행보가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