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는 e스포츠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 구단이다.
모기업이 통신사이기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1999년 KTF(현 KT)가 먼저 창단을 했는데, 2004년에 SKT가 e스포츠팀을 만들면서 10년 넘게 경쟁을 해오고 있다.
'스타크래프트1'으로 치르는 프로리그에서 두 팀은 2005시즌 전기리그, 2009~2010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3년 연속 등 총 4번이나 결승에서 만나 사이좋게 2번씩 우승을 나눠가졌다. 많은 투자를 통해 스타 플레이어를 거느렸던 두 팀은 말 그대로 프로리그의 최강자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 프로리그가 기존의 '스타1'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재편되면서 두 팀은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침체기를 겪었다. '스타2'로 치른 첫 시즌인 'SK플래닛 프로리그 시즌2'에서 SKT는 정규리그 4위, KT는 7위에 그쳤다. 'SK플래닛 프로리그 2012~2013시즌'에서는 KT가 2위, SKT가 4위를 기록하며 어느정도 살아났지만 두 팀 모두 STX에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각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포스트시즌 단골멤버인 두 팀이 2시즌 연속 결승에 오르지 못하면서 프로리그의 인기는 더욱 떨어졌다.
이는 '스타1'에서 이름을 날렸던 스타 플레이어들이 '스타2'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이들은 차례로 은퇴를 선택했고, 오히려 '스타1'에서 크게 두각을 내지 못했던 선수들이 팀의 주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2년의 침체를 겪은 두 팀은 다시 부활했다. 지난해 말 개막한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2014시즌'이 1라운드 3주차까지 진행된 가운데, 두 팀은 4승1패로 공동 1위에 도약했다. 최근 몇년간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14일 열린 경기에서 SKT는 CJ엔투스를 3대1로 꺾었고, 이어 열린 경기에선 KT가 IM을 3대0으로 셧아웃시키면서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특히 지난 12일 열린 두 팀의 맞대결은 압권이었다. 1세트에서 SKT 원이삭이 KT의 에이스 이영호를 격파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2세트부터 4세트까지 KT의 김명식 전태양 김대엽이 나란히 승리를 거두며 KT는 3대1로 승리를 거뒀다. 앞선 경기까지 3전 전승을 거두고 있던 SKT의 독주를 라이벌이 막아선 것이다.
특히 KT 신예 김명식이 SKT의 에이스로 떠오른 어윤수를 상대로 다수의 불사조를 앞세운 새로운 전략으로 승리, 이날 1등 공신이 됐다. 지난해 9월 KT로 이적하면서 한국 e스포츠 사상 첫 FA 이적생인 전태양도 지난해 WCS 세계랭킹 1위인 김민철을 꺾으며 올 시즌 전승 행진을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넥슨 아레나에는 무려 400여명이 운집, 두 팀의 치열한 접전을 지켜봤다.
어쨌든 SKT와 KT의 부활로 프로리그는 인기 재점화에 돌입한 형국이다. 본격적인 순위경쟁에 들어간 프로리그 4주차 경기는 19~21일 서울 강남역 인근 넥슨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