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스리백은 한국 축구의 대세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출발은 스리백이었다. 홍명보를 중앙에 두고 좌우에 김태영 최진철이 포진했다. 스리백은 수세시 양쪽 윙백이 수비에 가담, 5백을 형성할 수 있다. 수비를 탄탄히 한 후 역습을 전개하는 수비형 전술이었다. 스리백은 2004년을 전후해 사라졌다. 포백이 대세가 됐다.
2014년 K-리그에 스리백 바람이 다시 불 조짐이다. 지난 시즌 막판 FC서울이 첫 발을 뗐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지난해 초 동계전지훈련부터 스리백을 그렸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즌내내 감춰 둔 칼은 11월 17일 인천전에서 꺼내들었다. 10여년전의 수비형 스리백과는 거리거 멀었다. 양쪽 윙백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더 무게를 뒀다. "공격형 스리백이다. 결코 수비 축구가 아니다. 양측면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 있어 공격에 효과를 보고 있다. 더 반복훈련을 한다면 앞으로 좋은 옵션이 될 것이다." 최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괌에서 전지훈련 중인 서울은 올시즌 스리백을 메인 시스템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에 이어 라이벌 수원도 스리백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 시즌 직후 코치진과 함께 유럽으로 날아갔다. 바이에른 뮌헨, 릴, 피오렌티나 등 유럽 클럽들의 경기를 보면서 스리백 전술에 대해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그는 최근 "당장 스리백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유럽에서 직접 목격하면서 가능성을 엿보았다. 우리 팀에 장착한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남해와 터키 전지훈련에서 시험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서 감독의 스리백 구상도 공격 전형이다. 중앙 수비수 두 명에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의 조합이다. 좌우 윙백은 전방 깊숙하게 포진해 공격에 힘을 보태는 형태다. 팀 사정과도 맞아 떨어진다. 수원은 주요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수비의 중심인 곽희주는 중국 이적을 저울질 중이다. 이용래와 박현범은 경찰에 입대했다. 가동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리백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스리백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떠올랐다. 스리백을 채택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비한 전술을 연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스리백과 궁합이 맞다면 제2, 3의 옵션으로 쓸 수도 있다.
축구 전술 시스템은 생물이다. 시대에 따라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왔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스리백 복고 열풍'이 K-리그에 상륙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