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연고로 쓰는 유일한 프로팀, 제주 유나이티드를 따라다니는 지긋지긋한 징크스가 있다. 하나는 여름만 되면 부진한 '여름 징크스'고, 다른 하나는 집만 떠나면 힘을 쓰지 못하는 '원정 징크스'다.
준우승을 차지한 2010년을 제외하고 제주는 매년 이 두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시즌 초반 벌어놓은 승점을 여름부터 까먹기 시작한다. 무더운 여름 육지와 섬을 오가는 일은 절대로 쉽지 않다. 공항에서 짐 싣고, 대기하는데만 한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팀 사정을 고려해 칸이 좁은 저가항공을 타면 가뜩이나 압력으로 부은 다리가 더 말을 듣지 않는다. 공항이 멀면 다시 한번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두 배의 고충이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볼멘 소리를 할 수 있지만, 프로에서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올시즌 부활을 노리는 제주의 해법은 피지컬 코치다. 여름과 원정 징크스를 한번에 깨기 위해서는 강철 같은 체력과 빠른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경훈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괜찮은 피지컬 코치 찾기에 나섰다. 일본 출신의 니시가타 히로카즈 코치를 데려왔다. 그는 일본 J-리그 오이타 트리니타(2004~2005년)와 쇼난 벨마레(2006~2013년)에서 활약했다. 철저한 분석과 선수들의 몸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체력훈련으로 소속팀의 경기력을 향상시켰다. 무엇보다 바르고 강직한 인성에 끌렸다. 박 감독은 "히로카즈 코치를 낙점하고 최종 계약까지 고민이 많았다. 히로카즈 코치와 함께 쇼난 벨마레에서 뛴 한국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영이 훈련 프로그램도 좋고, 인간적으로 좋은 분이라고 강조하더라"고 설명했다.
3일부터 훈련에 돌입한 제주는 히로카즈 코치의 스케줄에 따라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선수들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송진형은 "체계적이고, 꼼꼼한 코치님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대표팀에 발탁돼 브라질-미국 원정길에 나서는터라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몸이 만들어졌다"며 웃었다.
제주는 히로카즈 코치와 함께 정기동 골키퍼 코치를 데려오며 2014년 코칭스태프 인선을 마무리지었다. 박 감독을 비롯해 이도영 수석코치, 조성환 코치, 박동우 스카우트 등이 팀을 이끌게 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