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올시즌 선발 마운드를 새롭게 꾸려야 한다.
외국인 투수가 모두 바뀌었고, 토종 투수들도 아직 선발 보직을 부여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이 큰 선발 유망주가 있다. 대졸 2년차 왼손 송창현(25)이다. 송창현은 신인이던 지난해 30경기에 등판해 2승8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비록 승수는 적었으나 후반기 붙박이 선발로 나서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덕분에 연봉이 지난해 2400만원에서 4600만원으로 올랐다. 인상률 92%는 이번 겨울 팀내 최고 기록이다.
올해도 송창현은 새 외국인 선수 2명과 함께 선발 보직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송창현은 지난 2012년말 김응용 감독이 롯데에 장성호를 내줄 때 직접 찍어 데려온 선수다. 김 감독은 야인 시절 제주도에 머물면서 제주국제대 선수였던 송창현을 눈여겨 봐오던 터였다. 듬직한 체구에 안정적인 투구폼, 왼손이라는 점이 김 감독을 매료시켰다.
한화로 이적한 뒤 꾸준히 기회를 넓혀나갔다. 지난해 5월 1군에 올라 테스트 차원의 선발 등판을 두 차례 거친 뒤 롱릴리프로 던지다 8월초 붙박이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시즌 마지막 등판인 10월3일 잠실 LG전에서는 8이닝 4안타 무실점을 마크하며 최고의 피칭을 뽐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밟으며 1군에 완벽하게 적응한 송창현에 대한 김 감독의 기대는 여전하다.
게다가 송창현은 지난해 12월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다. 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난 송창현은 "선배님들이 결혼할 사람이 있으면 일찍 해서 안정을 찾는게 좋다고 하시더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 가정도 꾸렸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밝혔다. 책임감이 배가 됐다는 이야기다.
송창현은 전지훈련 과제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체력 보강에 구속을 늘리고, 제구력을 보완하기로 했다. '2년차 징크스'가 찾아올 지도 모를 일이다. 송창현은 "구속은 욕심일 수 있지만 5㎞ 정도 높이고 싶다. 작년 직구 최고 구속이 146㎞, 평균 140㎞였다. 여기에 제구력도 더 잡아야 한다. 아직 기복이 심하다"면서 "둘다 공을 뿌릴 때의 밸런스 문제다. 그렇다고 투구폼을 바꾸거나 구종을 추가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송창현은 투구시 공이 늦게 나오는 편이라 타자들이 배팅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직구 스피드를 올리면 투구폼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제구력이 뒷받침된다면 볼배합을 좀더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체력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에는 시즌 중간에 1군에 올랐고, 선발로 던진 것은 후반기였기 때문에 체력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시즌 개막부터 로테이션을 소화하려면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송창현은 "풀타임으로 뛰는게 처음인만큼 체력적인 훈련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동안 웨이트, 러닝, 캐치볼로 시간을 보냈는데, 오키나와에 가면 본격적으로 체력 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창현은 "몇 승을 하겠다기 보다는 풀타임 선발 자리를 지키는게 목표"라며 "다치지 않고 풀타임을 뛰고 싶다"고 다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