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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두산, 플래툰 vs '주전+백업'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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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두산은 좀 달랐다. 선수들의 분전이 겹쳐지면서 시즌 막판 두산은 특별해졌다.

플래툰 시스템 때문이다. 확실히 두산의 지난해 플래툰 시스템은 '스페셜', 그 자체였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효율적인 경쟁 체제였다.

전제조건이 있다. 부상이 거의 없어야 했다. 능력있는 선수들이 많아야 했다. 그리고 팀 분위기 자체가 불화없이 극심한 경쟁체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했다.

두산은 지난해 세 가지 요건들을 다 갖췄다. 그래서 약한 투수력에도 페넌트레이스 4위를 기록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포스트 시즌 돌풍으로 '미라클두'라는 애칭을 얻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두산은 무한경쟁체제를 선포했다. 포지션에서 두 명 이상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플래툰 시스템이 가동됐다. 주전에 가까웠던 손시헌 이종욱 김현수 홍성흔뿐만 아니라 잠재력 뛰어난 백업 멤버들이 함께 경쟁했다. 때문에 김재호 민병헌 정수빈 이원석 오재원 허경민 최주환 최준석 오재일 등이 함께 경쟁했다. 주전경쟁에 살아남은 선수들이 뛰었고, 부상을 당하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쳤다.

대단한 두산의 야수진이었다. 시즌 초반 비판도 있었다. "확실한 주전과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극심한 경쟁체제로 정규리그를 치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두산의 특수성과는 맞지 않는 말이었다. 당시 두산의 내부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주전+백업 시스템'을 확고히 하는 것은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보다 득보다 실이 많았다. 능력을 갖춘 훌륭한 백업 선수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체력저하 등 수많은 부작용의 우려 속에서 두산의 플래툰 시스템은 시즌 끝까지 동력을 잃지 않았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오히려 두산의 최대강점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너무나 특별했다. 거꾸로 말하면 '예외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비 시즌 동안 두산은 출혈이 있었다. 손시헌 이종욱 최준석 임재철 등이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치명적인 전력감소'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특별했던 플래툰 시스템을 다시 가동시키기에는 백업 자원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시키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9일 시무식에서 "일단 주전과 백업을 구분하는 시스템으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박건우의 발굴과 고영민의 부활을 언급했지만,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기는 변수가 너무 많다. 하지만 송 감독은 "스프링 캠프에서는 경쟁체제가 여전할 것"이라고 했다. "상황을 면밀히 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두산의 주축 선수들은 플래툰 시스템을 한 차례 경험했다. 적응력을 키웠다. 하지만 여전히 플래툰 시스템 자체는 부담스럽다. 두산의 백업 시스템에 다소 약화된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경쟁체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여전히 많은 야수 자원을 가진 두산의 최대강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 기로에 서 있는 두산. 어떤 변수가 등장할까. 거기에 따라 선택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두산의 스프링캠프가 주목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