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멘붕'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떨렸다. 흥분과 착잡함이 혼재됐다.
새해부터 황선홍 포항 감독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프로축구 사상 첫 더블(리그-FA컵 동시 우승)의 위업이 무상하다. 외국인 선수 수급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기존 선수단을 지킬 수 있을지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황 감독은 "정신이 없다. 지금 상황에선 (선수단에) 있는 선수들을 지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자유계약(FA)신분 선수들과의 재계약 문제는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됐다. 구단 전체 운영비의 60%가 넘는 연봉 총액 조정이 힘겨운 상황에서 선수단은 성과에 걸맞는 대우를 원했다. 이러다보니 외국인 선수 영입 뿐만 아니라 FA선수들과의 재계약 문제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백업 골키퍼 황교충을 내보내면서 신호탄을 쐈다. 주전 골키퍼 신화용 및 대부분의 선수들과는 재계약에 합의했다. 빠듯한 구단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상되면서 예년보다 협상이 수월하게 풀렸다. 그러나 공격 3인방인 황진성 박성호 노병준과는 구체적인 협상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이들이 팀을 떠날 것이라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보강 없이 출혈만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K-리그 클래식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A컵을 치러야 하는 황 감독 입장에선 고민이 쌓일 수밖에 없다.
포항은 지난 6일부터 송라클럽하우스에 모여 새 시즌 담금질에 들어갔다. 하지만 황 감독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고 있다. 외부와의 만남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황 감독의 속앓이를 이해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어렵다"면서 "힘겨운 여건 속에서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