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특훈의 효과를 보는 것 같아요."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의 포워드 김연주(28)는 3점슛이 주특기다. 신한은행 소속으로 2005 여름리그부터 프로에 데뷔한 김연주는 식스맨으로서 중요한 순간에 투입돼 가끔씩 상대의 허를 찌르는 3점포를 날리는 역할이다. 그게 매우 정확하다. 덕분에 2011~2012시즌에는 3점슛 퀸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모습과 함께 '수비는 약하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식스맨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슛만 잘 던져서는 곤란하다. 경기 중간에 투입되는 만큼 상대 공격의 맥을 끊을 수 있는 수비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김연주는 이런 점이 부족했다. 그래서 슛감각이 나쁠 때는 활용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수비가 약한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낼 수 있을 것 같다. 한층 좋아진 수비력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8일 구리 KDB생명과의 경기가 가장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날 신한은행은 경기 막바지까지 KDB생명에 끌려다녔다. 상대 센터진의 견고한 수비에 막혀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결국 4쿼터를 45-54로 9점 뒤진 채 시작했다. 패색은 점점 짙어지는 듯 했다.
그런데 이때 신한은행을 위기에서 구한 인물이 바로 김연주다. 그것도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4쿼터 시작하자마자 KDB생명 신정자에게 턴오버를 유도해내는 굿디펜스를 해냈다. 이는 곽주영의 2점슛으로 연결이 됐다. 이어 57-65로 뒤지던 종료 4분16초 전 가로채기를 성공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더니 67-69로 따라붙은 종료 54초 전에 또 다시 가로채기를 성공해 상대의 기를 꺾었다. 비록 곧바로 던진 3점슛은 실패했지만, 충분히 팀에 힘을 실어줄만한 수비였다.
결국 신한은행은 연장 접전끝에 KDB생명을 81대76으로 꺽었다. 4쿼터에 나온 김연주의 가로채기 2개와 굿디펜스 1개는 3점슛 3개 이상의 효과나 마찬가지였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마저 "연주가 제 몫을 다했다. 수비가 상당히 좋아졌다"며 만족감을 표시할 정도다.
이러한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수비력 향상을 위해 받고 있는 '특별과외'가 비결이다. 김연주는 "이번 시즌에 수비 연습을 부쩍 많이 한다. 팀 연습 후에 감독님과 김지윤 코치님이 따로 나를 불러 수비 훈련을 시켜주신다"고 밝혔다.
이런 시간을 통해 김연주는 수비 기술에 새롭게 눈을 떴다. 김연주는 "사실 수비를 잘하려면 기술과 의지가 동시에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기술적인 면이 다소 부족했다"면서 "기술을 새롭게 익히니까 수비하기가 한층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임 감독과 김 코치의 특훈 덕분에 김연주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8일 KDB생명전 승리는 바로 이런 성장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김연주의 수비는 아직 완성된 단계가 아니다. 여전히 특별 과외를 받고 있다. 그러나 꾸준히 새 기술을 익혀가며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 김연주의 발전이 계속 이뤄진다면 신한은행 역시 지금보다 한층 더 무서운 팀이 될 것 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