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서 살아남으면 박경훈 감독님이 선물 주신대요."
홍명보호에 전격 합류한 '제주의 에이스' 송진형(27)은 웃었다. 송진형은 13일부터 3주간 진행되는 홍명보호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됐다. 말그대로 깜짝 발탁이었다. 지난 시즌 워낙 부진했기 때문이다. 1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노리던 송진형은 3골-4도움에 그쳤다. '주축' 송진형의 부진 속에 팀도 추락했다. 제주는 목표로 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그룹B 추락이라는 수모도 겪었다. 송진형은 "2013년을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고 했다. 대표팀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송진형은 "진짜 생각도 안했다. 지난 시즌 워낙 부진했기 때문이다"며 "새해부터 좋은 일이 생긴만큼 올해 잘 풀릴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긴다"고 웃었다. 명단 발표 일주일 전 대표팀 합류 소식을 전해들은 송진형은 일찌감치 운동을 시작했다. 3일부터 시작된 제주의 훈련에 참가한 송진형은 새로 가세한 일본인 피지컬 코치의 지도에 따라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송진형은 "얼렁뚱땅 갔다가 망신만 당할 수 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기대가 크다. 홍명보호의 경기 장면을 거의 다 챙겨봤다는 그는 "홍 감독님이 팀을 앞세우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에게 무엇을 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하시거나 요구하시는 부분에 잘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수비에 신경을 쓸 생각이다. 송진형은 "홍 감독님이 수비적인 부분을 강조하시는만큼 수비를 열심히 할 생각이다. 공격에서도 내 장점을 어필한다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송진형의 발탁으로 박경훈 제주 감독도 싱글벙글이다. 박 감독은 제주에 대표 선수가 없다는 것을 항상 아쉬워했다. 송진형은 "명단 발표 후 감독님이 많이 좋아하셨다. 가서 제주의 자존심을 걸고 잘하라고 격려해주셨다. 내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면 선물해주시겠다고 하시더라.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했다.
송진형은 자신의 현주소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월드컵보다는 더 큰 미래를 그렸다. 송진형은 "첫 인상이 중요하다. 솔직히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 진입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월드컵 이후로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