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건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를 누가 데려가느냐가 아니다.
그건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메이저리그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때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명제. '과연 누가 명예의 전당에 들 것인가'. 공식발표(한국시각 9일)를 하루 앞두고 이제 관심의 초점은 '명예의 전당 15수생' 잭 모리스(59)가 과연 마지막 기회를 잡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특히 모리스는 8일 '그렉 매덕스의 명예의 전당 만장일치 입회를 무산시킨 인물'로 화제를 모았다. MLB.com의 명망있는 취재기자 켄 거닉이 "나는 오로지 잭 모리스만 찍었다. 다른 후보들은 금지약물이 만연한 시대에 뛴 선수들"이라며 매덕스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거닉의 발언을 단순히 매덕스에게 표를 안 던졌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지난 14년간 저평가됐던 명투수 모리스에 대한 우회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잭 모리스. 디트로이트와 미네소타, 토론토에서 총 4차례(1984, 1991~1993)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따냈다. 메이저리그 통산 18시즌 동안 254승 186패에 평균자책점 3.90. 3824이닝을 던져 2478삼진을 잡아냈고, 175번의 완투승과 28번의 완봉승을 기록했다. 올스타에는 5번 뽑혔고, 80년대에먼 162승을 달성해 80년대 최다승 투수였다.
기록만으로보면 명예의 전당에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모리스는 무려 14번이나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1994시즌을 마친 뒤 현역에서 물러난 모리스는 '은퇴 후 5년 뒤'라는 입후보 기준에 따라 2000년부터 명예의 전당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미국야구기자단(BWAA) 투표인단의 75%이상 득표라는 입성기준에는 매번 미치지 못했다. 첫 해에 22.2%를 얻은 모리스는 지난 14년간 꾸준히 득표율을 끌어올리긴 했다. 하지만 70%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역대 최고득표율은 지난해였는데 67.7%였다.
모리스가 14년간 관문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그의 평가에 호불호가 있기 때문. 기록과 수치를 중요시하는 세이버메트리션들은 모리슨의 평균자책점이 3.90으로 명예의 전당 헌액 투수들의 평균(2.96)에 크게 못피치는 데다가 조정 평균자책점을 따져봐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1980년대의 투수로 그보다 꾸준하게 뛰어난 승리를 거두며 팀에 기여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톰 버두치 기자는 "모리스는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 지명타자 제도와 5선발 로테이션 체제가 정립된 이후 40년간 선발로 나와 8이닝 이상을 던진 횟수가 248회로 가장 많다"면서 모리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7.3% 차이로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한 뒤 모리스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명예의 전당이란 모든 세대의 스냅샷을 모아놔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내 세대(1980년대)에서 나는 다른 어떤 투수들 보다도 40승 이상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게 별로 충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밝힌 바 있다.
메이저리그 규정상 명예의 전당 후보로 남아있을 수 있는 기간의 한도는 득표율이 5% 이상을 유지하는 한 15년이다. 5% 미만이면 바로 탈락이다. 모리스에게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도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하면 후보 자격조차 잃게 된다. 과연 운명의 날을 하루 앞둔 모리스의 심정은 어떨까. 모리스는 과연 '명예의 전당'에 자신의 사진을 걸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