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투로 나오는 불펜투수들의 아픔을 누가 챙겨줄 수 있을까.
LG가 신연봉제를 두고 말썽이다. '야구 잘하면 연봉 많이 올려주고, 못하면 많이 깎는다'는 신연봉제의 대의적 명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야구를 못한 지난 3년간은 가차 없이 선수들의 연봉을 깎았는데, 야구를 잘한 올해 연봉 상승의 폭을 선수들의 눈높이에 못마춰주다보니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가 바로 불펜 투수 이동현이다. 이동현은 올시즌 6승 3패 1세이브 25홀드를 기록하며 LG 마운드의 중간다리 역할을 홀로 하다시피 했다. 믿었던 정현욱이 후반기 제대로 된 투구를 할 수 없었고 유원상이 이전에 보여줬던 구위를 유지하지 못한 가운데 이동현 혼자 불펜을 지키다시피 했다. '이동현이 없었으면 LG의 11년만의 가을야구도 없었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었다. 그래서 모두들 이동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연봉서열, 연차 등에 관계 없이 야구만 잘하면 된다던 신연봉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동현의 연봉에 쏠렸다. LG에서 이보다 야구를 잘한 선수가 없었다. 이동현의 2013 시즌 연봉은 8500만원. 신연봉제에 입각해서라면 모두들 이동현이 2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LG는 7일 이동현과 1억700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100% 인상. 적지 않은 인상률이었다. 하지만 1억5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연봉이 오른 마무리 투수 봉중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상액이었다. 이 때문에 팬들은 '이동현의 연봉을 우리가 주겠다'며 모금 운동을 벌이겠다고까지 하고 있다.
문제는 LG의 신연봉제 방침이다. LG의 신연봉제는 내부 고과점수와 윈쉐어(선수가 승리에 기여한 점수)에 근거해 연봉을 산출한다. LG가 이동현의 고과 점수를 낮게 평가했다면 그건 프로구단이 아니다. 문제는 윈쉐어다.
윈쉐어는 야구 데이터를 전문으로 다루는 회사가 점수를 산출한다. 그런데 기준이 불합리하다. 수치상으로 눈에 보이는 활약이 높은 선수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스포츠조선이 윈쉐어 평가 자료를 입수했다. 봉중근이 투수 전체 1위다. 그리고 2위는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다. 이 외에 상위 순위는 선발투수들이 차지한다. 이동현은 투수 중 전체 29위에 그친다. 넥센 불펜의 핵심 한현희도 37위다. LG 구단은 "윈쉐어 21위의 타 구단 투수가 1억6000만원을 받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이동현에게 연봉을 많이 준 것"이라고 강조한다.
승리, 또는 세이브 기록이 있어야 윈쉐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중간 투수의 비애다. 팔이 빠지도록 공을 던져봤자, 기록에 남지 않으면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동현 본인은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이동현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이미 끝난 연봉 협상이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도장을 찍었으니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중간투수들이 가장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그 고생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다. 홀드 없이 팀의 승리, 세이브가 기록될 수 있겠나.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기억에 남는 마지막 기록에만 관심을 갖는 것 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동현은 "나로 인해서 중간투수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라며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