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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성조숙증 부르는 비만주의보-'어릴 적 살은 다 키로 간다' 과연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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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에 이끌려 성장클리닉을 찾은 초등학교 3학년 임서준 군은 한눈에 봐도 소위 말하는 우량아 스타일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마른 체형의 소유자인 임군의 어머니는서준 군의 육아를 시부모님께 맡기고 본인의 커리어를 유지하고 있는 직장맘이다. 검사 결과 서준이의 체질량지수는 28, 명백한 비만이었다. 반면 키는 또래의 평균보다 3.5cm 작은 상황으로 비만으로 인한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소중한 손자가 왜소한 부모의 체형을 물려닮았을까를 늘 걱정하셨다는 서준이의 조부모님은 서준이를 돌봄에 있어 아이의 영양을 각별히 챙기시며 날로 통통해져 가는 서준이의 체형에 흡족해 하셨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비만을 걱정하는 서준이의 부모에겐 '어릴 적 살은 다 키로 가는 법이니 걱정말라'며 당신들의 육아 철학을 강하게 주장하셔서 이렇다 할 이견을 내지 못한 채 결국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 임군 어머니의 호소였다.

사춘기는 성선자극호르몬 증가의 영향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의 활성화로 인해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며 시작된다. 남자의 경우 고환이 커지면서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더욱 가속화되고 변성기와 음모 발달, 여드름 등이 나타난다. 여자는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이 분비됨에 따라 유방이 발달하고 음모 발달, 초경, 여드름 등의 2차 성징을 보인다.

이 밖에도 사춘기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바로 급격한 키성장이다. 성호르몬 분비로 인한 키성장은 사춘기 시절에 폭발적으로 일어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성장판이 닫히면서 서서히 멈추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여아의 경우 만8세 이전, 남아의 경우 만9세 이전에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여아의 경우 가슴에 몽우리가 지면서 키성장 속도가 증가하고 남아는 고환의 부피가 4ml 이상으로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성조숙증 아동은 2만8,181명으로 5년 사이 4.4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소아비만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체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 호르몬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사춘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조숙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성호르몬이 뼈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만들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키에 비하여 성인이 된 최종 키가 작아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데 있다.

지난 9월 서울대 약대 이성용 교수팀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2000년부터 10여 년 동안 어린이 88명을 대상으로한 추적 조사 결과 마른 아이가 비만인 어린이보다 혈중 성장호르몬 농도의 분포지수가 0.2~0.4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를 크게 해주는 성장호르몬의 농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키가 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성장호르몬은 키를 크게 해주는 역할 외에도 체지방을 태우는 역할 또한 하는데 비만아이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체지방을 태우는 데만 집중적으로 쓰이게 되어 정작 키성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성조숙증 전문 클리닉인 이솝한방병원 이명덕 병원장은 "과영양시대를 넘어 소아비만이 급증하는 이때 '어릴적 통통한 살은 다 키로 간다'는 낭설은 이제 버려야할 때"라며 "소아비만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향후 당뇨,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잠재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적정한 체중관리는 오히려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겨울 방학 동안에는 바깥 활동은 적어지고 피자 등의 고열량 인스턴트 음식에 노출되기 쉬운기간인 만큼아이의 성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솝한방병원 이명덕 원장은 "비만은 성조숙증을 부르고 성조숙증은 단신으로 머무르게 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모든 질환을 미리 검진하고 예측하듯 아이의 성장판 및 성조숙증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체크하여 관리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불과 5년 전만해도 여아의 경우 초1~2학년, 남아는 초3~4학년에 성장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여아 만5세, 남아 만7세로 앞당겨 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