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배인 하라 다쓰노리 감독(56)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데, 자꾸 주위에서 차기 감독을 이야기하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수 은퇴를 한 지 2년 째를 맞은 마쓰이 히데키(40)가 요즘 그렇다.
마쓰이는 7일 고향인 이시카와현 노미시에서 열린 시민영예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행사 중에 팬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는데, 당연한 수순처럼 '미래의 요미우리 감독 마쓰이'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마쓰이는 "내 의사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구단과 여러가지가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며 쓴웃음을 짓자 사회자가 "감독이 될 것 같다. 거부하겠다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농담을 섞어 받아쳤다. 당황한 마쓰이는 "장래의 일은 알 수 없지만 기대해 달라"는 말로 상황을 수습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참석자들은 마쓰이에게 박수를 보냈다.
최근 한 공식 행사에서 유소년 야구단 선수들로부터 요미우리 감독이 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당황했던 마쓰이다. 마쓰이는 요미우리 시절부터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소박한 인품, 친근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는데, 이제 선수 은퇴를 했으니 자연스럽게 요미우리 다음 감독은 마쓰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 것 같다.
마쓰이는 2012년 12월 선수 은퇴 후 2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은퇴 경기를 위해 뉴욕 양키스와 하루짜리 계약을 하는 등 미국에 머문 시간이 많았다.
마쓰이는 2003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기 전까지 10년 간 요미우리의 간판타자로 활약한 레전드. 은퇴 직후부터 차기 요미우리 감독은 마쓰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구단의 신뢰가 깊다. 와타나베 스네오 구단주가 하라 감독의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또 하라 감독이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감독수업을 받은 것처럼 마쓰이는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올 해는 요미우리 코칭스태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번 스프링캠프에 임시코치로 선수단과 함께한다. 하라 감독이 마쓰이에게 전지훈련 기간 동안 프리배팅 시범을 보여달라고 요청해 화제가 됐다. 현역에서 은퇴했으나 타격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 였다. 2002년 봄 이후 10여년 만에 요미우리 캠프에 발을 딛게 된 것이다. 하라 감독과 마쓰이는 모두 요미우리 4번 타자 출신이다.
사실 마쓰이의 요미우리 사령탑 취임은 시기가 문제일뿐 기정사실인 것 같다. 요미우리는 그동안 요미우리에서 선수생활을 한 요미우리 출신 지도자에게만 지회봉을 맡겼다.
하라 감독은 2002년부터 2년,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총 10시즌 동안 요미우리를 이끌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