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겨도, 저쪽이 이겨도 좋습니다. 진심입니다."
경기 전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위와 같이 말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었지만, 자비는 없었다. 모비스가 KGC를 최하위로 떨어뜨리며 선두 SK와 승차 없는 2위가 됐다.
모비스는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와의 원정경기에서 ()으로 승리를 거두며 23승9패를 기록, 이날 경기가 없었던 선두 SK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2경기를 덜 치른 SK가 22승8패를 유지, 7할3푼3리의 승률을 기록하며 7할1푼9리의 모비스에 살짝 앞섰다.
KGC는 이날 경기 전까지 동부와 함께 공동 최하위였다. 하지만 단순한 꼴찌팀이 아니었다. 최근 2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특히, 팀의 주축인 오세근과 김태술의 컨디션이 점차 올라오는 중이었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 웬델 맥키네스까지 가세했다. 유 감독은 "KGC는 충분히 리그 후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팀"이라며 칭찬했다. 하지만 "특별한 건 없다"며 상승세의 KGC를 만난게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눙구계의 대인배다운 발상이었다. 유 감독은 "우리가 이기면 이겨서 좋은 것이고, 저쪽이 이기면 농구판이 더욱 재미있어질 수 있으니 좋다"며 "맨날 이길 수 있나. 져도 괜찮다"는 농담으로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농담은 농담일 뿐이었다. 모비스는 갈 길 바쁜 KGC를 봐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양팀은 3쿼터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어느 팀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의 경기였다. 모비스는 문태영과 로드 벤슨의 내외곽 공격을 앞세워 우승후보다운 전력을 보여줬다. 최근 경기력이 급상승하고 있는 KGC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열세라고 예상되던 골밑 싸움에서 숀 에반스와 오세근이 분전하며 상대에 맞불을 놨다.
승부는 4쿼터 갈렸다. 역시 승부처에서 모비스를 이끄는 선수는 양동근이었다. 양동근은 61-58로 앞서던 종료 2분여를 남기고 승기를 모비스쪽으로 가져오는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렸다. 사실 양동근의 이 한 방은 승부를 가른 것과 다름 없었다. 이 공격 전 KGC는 연속적인 공격 리바운드로 2번의 노마크 3점슛 찬스를 만들었었다. 두 번 모두 김태슐이 슛을 던졌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었기에 이 3점슛만 성공됐다면 KGC쪽으로 흐름이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하지만 두 번의 슈팅 모두 림을 벗어났다.
경기를 마무리한 것도 양동근이었다. KGC가 종료 40여초를 남기고 2점차에서 파울 작전을 시도했다. 양동근이 공을 잡고 자유투 2개를 얻어냈다. 1구 실패. 2구마저 놓친다면 큰일날 뻔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2구를 성공시켰다. 67-66 상황서 KGC는 또다시 파울작전을 썼다. 또 양동근이었다. 양동근은 차분하게 2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켰다. KGC는 마지막 공격에서 이렇다할 슛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