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두산 베어스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적을 옮긴 윤석민(29). 한동안 히어로즈 유니폼이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두산에서 그는 한때 미래의 중심타자로 기대를 모았던 내야수다. 지난해 주전경쟁에서 밀려 1군 경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장타력에 관한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풀타임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시즌 20홈런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외야수 장민석을 내주고 윤석민을 영입한 게 이번 오프 시즌 히어로즈의 거의 유일한 변화다.
히어로즈에서 윤석민의 역할은 1,3루수 백업. 주전 1루수 박병호와 3루수 김민성의 입지가 확고해 주전경쟁은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히어로즈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떠난 내야 백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윤석민을 영입한 것이다. 주전 경쟁을 유도해 내야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히어로즈이기에 기대감이 생긴다. 다른 팀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거나, 입지가 불안했던 선수들이 히어로즈에서 잠재력을 꽃피운 예가 많았다. 1군 주전 야수 중 타 팀에서 이적한 선수가 절반이나 된다. 2년 연속 정규시즌 MVP와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를 비롯해 김민성 이성열 서건창 허도환 서동욱 등이 히어로즈에 합류한 후 주전으로 도약했거나, 좋은 활약을 했다. 박병호와 서건창 서동욱은 LG 트윈스, 이성열 허도환은 두산 베어스, 김민성은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히어로즈에 합류했다. 이들이 히어로즈를 '특별한 팀'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2010년 히어로즈에 합류한 김민성은 "아무래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히어로즈에서 기회를 잡게되니 의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선수가 많아 팀 분위기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팀 이적은 이전과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는 선수 개인에게도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물론, 백업이라고 해서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히어로즈는 선수들의 체력관리에 신경을 쓰는 팀이다. 또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부상 선수가 나오면 바로 기회가 올 수 있다. 또 대타나 지명타자로 나설 수도 있다.
외국인 타자 변수가 생겼지만 히어로즈는 9개 구단 중 타선이 가장 좋은 팀이다. 박병호와 강정호 김민성 이성열 등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많다. 사실 윤석민이 백업으로 있다는 건 그만큼 히어로즈 백업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윤석민이 히어로즈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어떤 역할을 할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