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다림의 끝은 아쉬움 뿐이었다.
박주영(29·아스널)이 두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주영은 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13~2014시즌 FA컵 3라운드(64강)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30일 첼시와의 캐피털원컵(리그컵)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68일 만이다. 그간 팀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 왔을 뿐, 스쿼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깜짝 등장'은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아스널은 토트넘에 2대0으로 완승하면서 4라운드(32강) 진출에 성공했다.
토트넘전 결장으로 박주영의 결단은 확고해 졌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은 현재 새 둥지를 찾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까지 박주영의 이적 업무를 담당했던 이탈리아 출신 에이전트와는 결별했다. 구단과 지인올 통해 들어오는 제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프랑스 리그1이 유력한 새 둥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AS모나코로 이적해 3시즌을 보냈던 리그1에서는 박주영 향수가 여전하다. 상위권 임에도 공격 자원이 부족한 릴, 생테티엔이 적극적인 구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챔피언십(2부리그) 일부 팀도 박주영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리그1이나 챔피언십 대신 프리미어리그(EPL) 내 이동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영 측 관계자는 "여러가지 제안을 받고 검토 중"이라면서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널의 팀 상황도 변수다. 박주영은 아스널에게 '마지막 카드'다. 아스널은 장기 부상자 명단에 오른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과 야야 사노고를 비롯해 애런 램지, 올리비에 지루, 니클라스 벤트너 등 많은 공격수들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메수트 외질과 시오 월컷, 루카스 포돌스키, 산티아고 카솔라가 버티고 있으나 외질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활약 기복이 심하고 부상 빈도가 높다. 벵거 감독이 최근 일련의 상황을 두고 영입을 저울질 하는 이유다. 부상자 조기 복귀 또는 새로운 공격수 영입이 성사될 경우, 방출자 명단에 올려놓은 박주영에 미련을 가질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구상이 틀어질 경우 박주영을 붙잡아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료들과 원활한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언제든지 투입 가능한 박주영이 새로 영입해 적응기를 거쳐야 할 공격수보다는 낫다.
판단은 박주영 본인의 몫이다. 결단의 시간은 가까워지고 있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