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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영입 난망' 또 쇄국의 문 두드리는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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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의 타이틀이 무상하다.

포항이 또 쇄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 정책이 희미하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과 FA컵을 동시 제패한 뒤 외국인 선수 영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부터 외국인 선수 영입 없이 2014년 시즌에 돌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많은 설들이 오갔지만, 현재 포항의 외국인 선수 영입 가능성은 '0'이다. 장성환 포항 사장은 "외국인 선수 영입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고연봉에 발목 잡혔다. 포항은 클래식 12개 구단 중에서도 연봉 총액 상위권(4위)이다.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시한 구단 별 인건비 현황(추정치)에 따르면, 포항의 연봉 총액은 60억원이었다. 우승 때마다 누적된 연봉 상승 요인이 반영됐다. 최근 7년 중 2010~2011년을 제외한 나머지 5시즌에서 우승만 6번(리그 2회·FA컵 3회·아시아챔피언스리그 1회)을 차지했다.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었던 연봉총액은 지난해 구단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포항은 지난해 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한 뒤 성적에 걸맞는 대우를 선수들에게 약속했다. 지난 기억을 들춰보면 또 연봉 총액 상승이 불가피하다. 예산 대비 한도치를 훌쩍 넘은 연봉총액 탓에 외국인 선수 영입 예산을 짜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모기업 포스코가 마지막 희망을 쥐고 있다. 포항 구단의 올해 예산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곧 열릴 이사회 결과에 따라 지난해보다 상승한 예산을 따낼 수도 있다. 이 경우 외국인 선수 영입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선수단 운영에 숨통이 트인다. 분위기가 호의적이지 않다. 세계적인 철강경기 침체와 해외 투자 등으로 살림살이가 빠듯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최고의 성적을 냈음에도 포항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때문에 올 시즌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해 황선홍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단의 응집력으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2팀이 줄어든 클래식 경쟁구도는 더욱 치열해졌다. 포항의 패스축구도 이미 지난해 타 팀에 노출됐다. 절대강자가 없는 클래식 판도를 따져보면 똑같은 스쿼드로 새 시즌에 나서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황 감독이 '히든카드'가 될 만한 외국인 선수 영입을 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포항을 바라보는 아쉬움이 끊이지 않는다. 쇄국축구는 양날의 검이다. 국내 선수들의 역량을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됐지만, 클래식 전체 판을 축소 시킨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열강의 침탈에 맞서 단호히 쇄국정책의 칼을 빼든 흥선대원군의 선택은 초기엔 성과를 내는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고립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한국 축구 역사를 이끌어가는 포항이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