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그의 네비게이션이었고, '도전'은 엔진이었다.
'풍운아' 최향남(43)이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의 시동을 걸었다. 한국 프로야구와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다시 한국 프로무대. 그리고 다음의 기착지는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였다.
고양 원더스 구단은 6일 최향남의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고양 원더스에는 최향남의 '꿈'과 '도전'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지도자, 김성근 감독이 있었다. 최향남이 고양 원더스행을 결심한 것도 김 감독의 열정을 본받고자 했기 때문이다. 최향남은 "나보다도 훨씬 더 열정적인 김 감독님의 모습에 궁금증이 솟았다. 그 분을 믿고 따라가보기로 했다"고 입단 이유를 밝혔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최향남. 1990년 해태에 연습생으로 입단한 그는 1997년 LG로 이적한 뒤 국내 무대에서는 KIA 롯데 KIA등을 차례로 거쳤다. 그 경력의 중간에는 해외 리그 도전기도 섞여 있다. 2006년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에 도전했다.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그해 클리블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버펄로 바이슨스에서 34경기에 나와 8승5패,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입성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그러나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가 꿈의 실현을 방해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온 최향남은 2007~2008시즌 롯데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뒤 2009년에 다시 미국으로 홀연히 떠났다. 이번에는 LA다저스 산하 트리플A 앨버커기 아이소토프스에서 구원투수로 뛰었으나 2010년 7월에 팀에서 방출됐다. 그러자 최향남은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일본 독립리그에 몸을 담았다.
그렇게 야구를 계속해가던 최향남은 2012년말 다시 친정팀 KIA로 돌아와 1년을 뛰었다. 올해 성적은 26경기에서 2승2패 8홀드 평균자책점 4.45. 성적만으로 보면 2014시즌에도 KIA 유니폼을 입을만 했다. 그러나 최향남은 다시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며 KIA와 아름다운 작별을 했다.
애초 최향남은 KIA와 '1년'만 뛰기로 계약했었다. 2014시즌에 다시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KIA 역시 그의 뜻을 존중해 보류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최향남의 계획은 뒤늦게 틀어졌다. 최향남은 "시즌 중반쯤 LA다저스 쪽에서 나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즌 종료 후에 초청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실력을 보여주고 계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정작 월드시리즈가 끝나자 LA다저스의 입장이 달라졌다고 한다.
최향남은 "LA다저스는 이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를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면서 "사실 처음에 얘기가 나왔을 때도 LA다저스가 나를 받으리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도전은 해봐야한다고 생각했다. 굴러온 기회를 해보지도 않고 차버릴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LA다저스 입단 도전과 실패의 사연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이후에 다시 KIA로 돌아올 생각도 있었지만, 이미 선수 등록이 마감된 시점이라 자리가 없었다. 최향남은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KIA에서 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다 차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구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런 최향남에게 손을 내민 것이 바로 김성근 감독이다. 최향남은 "사실 몇몇 프로구단과도 입단에 관한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김 감독님에게서 새로운 비전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최향남과 김 감독의 첫 인연은 1990년 해태 2군 시절. 이후 2002년 LG 때도 다시 사제지간으로 만났다. 최향남은 "계속은 아니지만, 20세 때부터 감독님을 뵈었다"면서 "그런 분이 내게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주셨다"며 고양 원더스에 입단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김 감독은 최향남에게 "다시 (너를) 프로에 보내는 게 내 목적이다. 대신에 확실하게 몸을 만들어서 가보자. 몸만 잘 만들면 국내팀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최향남은 "그 말씀에서 새로운 비전을 봤다. 몸을 만드는 동시에 또 지도자로서의 시각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고양 원더스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의 휘하로 들어간 최향남은 올 시즌 고양 원더스의 마무리로 활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KIA에서 떠난 뒤 미국행이 좌절됐어도 최향남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필리핀까지 가서 2주 동안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최향남은 "올 시즌에 대해 기대가 많이 된다. 이제서야 야구를 조금 알게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완성'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공을 던져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최향남은 10일부터 일본 고지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그의 꿈과 도전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늘 한결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