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를 이끄는 에이스의 실종, 2014년엔 달라질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다승왕의 승수는 14승이었다. 삼성 배영수와 SK 세든(현 요미우리)이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지난 2009년에 이어 역대 최소 승수로 다승왕이 결정됐다. 2009년엔 KIA 로페즈와 롯데 조정훈, 삼성 윤성환이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바 있다.
2009년 당시 다승왕의 임팩트는 크게 떨어졌다. 세 명이나 공동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지만, 승수가 14승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여파로 선발투수의 전유물 같았던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은 모처럼 마무리투수인 넥센 손승락에게 돌아갔다. 바꿔 말하면, 선발투수들 중 이렇다 할 에이스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개막 전부터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홀수구단 체제로 치러지는 첫 시즌이었기에 당연한 우려였다. 또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파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팬들의 단순 이동보다는 '에이스의 빈 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에이스의 존재는 흥행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에이스가 출격하는 날, 티켓 판매율은 자연스레 오르기 마련이다. 같은 값을 주고 야구장을 찾는다면, 자신의 응원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은 날을 선호하는 법이다.
이제 한국프로야구엔 그러한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류현진에 이어 윤석민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중이다. 김광현은 부상 여파로 과거의 와일드함을 잃었다. 2000년대 후반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었던 '뉴에이스'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10승 투수는 총 19명이었다. 예년에 비해 두자릿수 승리를 올린 투수는 많아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승수가 줄어들면서 평준화가 된 느낌이다. 게다가 19명 중 8명이 외국인투수였다.
2014시즌엔 프로야구판을 흔들 만한 에이스가 등장할 수 있을까. 류현진과 윤석민, 김광현이 등장했을 때, 그들은 고졸 신인이었다. 류현진은 2006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신인왕과 MVP를 석권했고, 윤석민과 김광현도 첫 해부터 1군에서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그런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기회는 찾기 힘들다. 전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신인들에게 선발 기회가 오는 건 하늘에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워졌다. 게다가 어느 팀이든 선발진을 어느 정도 구축해놨다. 특히 대부분의 팀들은 외국인선수 두 명을 선발진에 배치시킨다. 토종 선발투수들이 설 자리는 더욱 줄었다.
이제 신인들은 2군에서 미래를 도모하거나, 1군 불펜진에 얼굴을 비춘다. 가능성이 있어도, 선발 보다는 당장 쓸 수 있는 불펜투수로 1군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올시즌 신인왕 경쟁을 펼친 NC 이재학과 두산 유희관도 각각 4년차, 5년차 시즌에 기회를 잡았다. 만약 이재학이 지난 2011년 말 2차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NC에 지명받지 않았다면, 유희관이 왼손 중간계투로만 나왔다면 10승이 가능했을까. 한 팀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에이스의 발굴은 숙명과도 같다. 영광과 멀어지고 있는 국가대표팀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실패를 맛봤다.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 한국의 영광을 이끈 에이스들은 더이상 대표팀에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류현진과 윤석민, 김광현만큼 국제대회 경쟁력을 갖춘 투수가 있냐는 질문에 섣불리 답하기 힘든 게 현재 한국야구의 현실이다.
다가오는 2014시즌, 시즌 막판엔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열린다. 벌써부터 태극마크를 위해 의욕을 내비치는 선수들이 많다. 아시안게임은 병역특례가 가능한 유일한 대회다. 과연 한국야구에 2014년산 '뉴에이스'가 탄생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