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3일 2014시즌 선수 연봉 재계약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재계약 대상자 65명 중 52명과 사인해 재계약률 80%를 보였다.
롯데 구단의 발표 자료를 보면 선수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는 2013시즌 정규리그 5위로 2007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말 연봉 협상 전 모두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개인 성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선수들은 연봉 삭감이 불가피했다. 반대로 팀 성적이 안 좋았더라도 개인 성적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낸 선수들은 연봉을 인상했다.
중간 발표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선수는 손아섭(2억1000만원→4억원) 정 훈(4200만원→8000만원) 등이다. 최다 안타 타이틀을 2연패한 손아섭은 고과 1위다. 정 훈은 주전 2루수로 도약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주전 유격수로 공헌한 신본기(3000만원→5000만원), 시즌 초반 거포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김대우(2500만원→3500만원) 등도 소폭 인상됐다.
반면 칼바람을 맞은 선수도 제법 있다. 김사율(1억9000만원→1억5000만원) 이용훈(1억원→7000만원) 조정훈(1억1000만원→7700만원) 고원준(9000만원→6800만원) 문규현(9000만원→6800만원) 등은 연봉이 줄었다. 2012시즌 마무리로 구단의 세이브 최다 기록을 세웠던 김사율은 지난해 불펜과 선발을 오갔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용훈과 조정훈은 부상으로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고원준과 문규현은 이름값에 밑도는 성적을 냈다.
롯데 구단은 이번 연봉 협상에서 예전과는 다른 자세를 취했다. 과거 보다 실적 따라 선수별로 차등을 좀더 엄격하게 두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잘 한 선수에겐 정도에 따라 인상을 시켜주고, 못한 선수에겐 냉정하게 연봉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롯데 구단은 실적과 함께 연공서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또 협상이 길어질 때는 야구 선후배간의 정 등을 테이블 위로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인상과 삼각의 폭이 적었다. 잘 한 선수는 인상폭이 적어 불만을 토로했다. 삭감 액수도 타 구단에 비해 크지 않았다. 구단의 그런 온정주의적 자세는 선수들의 의지를 자극하지 못했다. 대충해도 팀 성적만 나면 연봉에 큰 변화가 없다는 안일한 생각까지도 하게 됐다.
롯데 구단의 이번 변화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손아섭이 올해 연봉 4억원을 받자 팬들은 구단이 잘 했다고 환영했다. 연봉이 삭감됐거나 동결된 선수 중에는 구단에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부 선수는 다른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부당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봉 협상에 관여한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협상에서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힘들다. 선수와 구단의 마찰을 최소로 줄이는 방법은 결국 실적 같은 확실한 근거에 따라 연봉을 산정하는 게 적합하다는 게 중론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