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여자프로농구는 재미있다.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쏠림 현상 없이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한 팀 줄면서 더욱 박진감 넘치는 순위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6개 팀 중 절반인 3팀만이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상황. 그 어느 때보다 중위권 싸움이 뜨겁다.
3라운드까지 1위는 디펜딩챔피언 우리은행. 독주 행진이 이어지나 싶었지만, 3패(12승)를 당했다. 2위 신한은행과 3위 KB스타즈가 한 차례씩 잡았고, 최하위 하나외환도 우리은행 상대로 1승을 거뒀다. 다른 팀들도 우리은행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난공불락의 성이 아니란 것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을 2경기차로 바짝 쫓고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3라운드 막판 4연승 행진으로 10승5패.
KB스타즈는 중위권 싸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다. 올시즌 정통센터 없이 런앤건 스타일의 빠른 공격 농구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력에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1승2패)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에 2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3라운드까지 8승7패로 2위 신한은행에 2경기 뒤진 3위다.
3라운드까지 3위 KB스타즈와 최하위 하나외환과의 승차는 4경기차. 다소 격차가 있지만 아직 시즌이 절반 넘게 남았음을 감안하면, 큰 승차는 아니다. 4위 KDB생명부터 꼴찌 하나외환까지도 플레이오프 경쟁권에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생명은 외국인선수 공백 속에 5승10패로 5위에 처져있다. 하지만 3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29일 KB스타즈전에서 새 외국인선수 샤데 휴스턴의 가세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반등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2일 청주실내체육관. 올스타 브레이크 전 마지막 경기이자, 4라운드 첫 경기가 열렸다. KB스타즈와 삼성생명, 불과 4일 전에 3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렀던 두 팀이었다.
삼성생명으로선 후반기 반격을 위해선, 연달아 만난 KB스타즈는 반드시 잡고 가야 했다.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은 "양팀 모두 중상위권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경기다. KB스타즈는 도망가기 위해, 우리는 따라가기 위해 승리가 절박하다"며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KB스타즈 서동철 감독은 "샤데를 대비한 수비를 준비했는데 짧은 시간에 선수들이 적응을 못해 최소한의 변화만 택했다. 그래도 설욕할 기회가 주어졌다. 양팀 모두 중요한 경기인데 반드시 잡겠다"고 말했다.
양팀 감독들은 후반기 판도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호근 감독은 외국인선수의 변화가 후반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는 "외국인선수가 바뀐 팀이 있다. 전반기에 처진 팀도 기회가 있다. 점점 더 박빙의 승부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도 일차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다. 그래야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이어 "4라운드, 5라운드에 가면 어느 팀이 선수층이 두터운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지금보다 떨어질 팀도 있을 것이다. 신한은행은 치고 올라갈 것"이라며 선수층이 두터운 신한은행이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서동철 감독은 "우리은행은 타팀이지만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그외 나머지 팀들은 전력 평준화가 됐다고 본다. 우리가 가운데 있는데 뒤에 있는 팀도 치고 올라올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내 "신한은행은 잡지 못할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은행권 라이벌인 만큼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샤데가 가세한 삼성생명은 강했다. 2일 경기에서 삼성생명이 70대59로 승리했다. 샤데는 홀로 39점을 올리는 괴력을 선보였다. 삼성생명은 3연승을 달리며 4위 KDB생명을 반경기차로 추격했다. 커리가 21득점으로 분전한 KB스타즈는 또다시 샤데에게 당하면서 2연패에 빠졌다.
청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