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26)과 롯데 자이언츠는 질질 끌지 않았다. 연봉 협상 첫 만남에서 바로 사인했다. 왜 그랬을까. 롯데가 손아섭이 만족할 만한 연봉을 바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4억원. 연봉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연봉 2억1000만원에서 90.5% 인상됐다.
▶손아섭의 자존심을 제대로 섰다
손아섭은 2013시즌 평가 고과 1위였다. 타선에선 붙박이 3번 타자였고, 국가대표 외야수로도 뛰었다. 2년 연속 최다 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골든글러브도 3년 연속 수상했다. 128경기 전 경기에 출전, 타율 3할4푼5리, 172안타, 11홈런, 69타점, 36도루를 기록했다. 타율과 도루, 득점에서도 2위에 올랐다.
손아섭은 1년전 2013시즌 연봉 협상에서 2억5000만원을 주장했다다 결국 구단 제시액이었던 2억1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계속 버틸 수도 있었지만 2013시즌, 성적으로 보여주고 난 후 당당히 협상 테이블에 안고 싶다고 했다. 그는 빼어난 개인 성적을 냈고 이번엔 보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롯데 구단 주변에선 이번 협상을 앞두고 손아섭의 내년 연봉이 4억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면서도 롯데가 손아섭의 팀 공헌도와 개인 성적을 높게 평가했더라도 1년 만에 2억원을 올려주는 건 힘들 것으로 봤다.
연봉 4억원은 의미 부여가 가능한 액수다. 올해 손아섭은 프로 8년차다. 지난해 8년차 최고 연봉은 장원삼이 2013년 받았던 4억원이었다. 역대 8년차 최고 연봉은 이승엽이 2002년 받았던 4억1000만원. 손아섭은 장원삼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롯데, 실적 성과 주의로 가나
손아섭은 구단과 합의를 한 후 "열심히 노력한 보람을 느끼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고액 연봉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지금보다 더욱 노력하겠다. 올시즌은 개인적으로도 기대되고 팀 전력도 보강되었기 때문에 우승할 전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근성을 깨워 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타선의 중심 선수인 손아섭과 연봉 협상을 단 시간에 끝내 버렸다. 최근 롯데 구단 주변에서 1군 주전급 선수들과 연봉 협상에서 마찰이 심하다는 얘기가 흘러났다. 일부 선수들의 기대치와 구단 제시액이 제법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구단은 지난해 5위로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단 총 연봉액이 올라가는 게 부담스러웠다.
이런 분위기에서 손아섭이 전격 4억원에 사인해버렸다. 괄목한 만한 성적을 낸 선수에게 충분한 보상을 한다는 걸 본보기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롯데는 잘 한 선수들에게도 돈을 주는데 인색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손아섭 처럼 롯데도 제대로 성적을 낸 선수에게 실적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준다는 변화를 보여주었다.
지난해 31세이브를 올린 김성배, 12승의 송승준 등 연봉 인상이 불가피한 롯데 선수들의 연봉 협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