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은 힘들다. 모두가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것도 몇년이 흐르면 지칠 수밖에.
하나외환 김정은 얘기다. 조동기 감독이 "(김)정은이가 '소녀가장'이 된지 6∼7년 됐다. 다른 선수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할 정도다.
하나외환은 김정은이 득점을 많이 할 땐 이기는 경기를 하거나 접전을 펼치지만 김정은의 득점이 적을 땐 대패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2월26일 삼성생명전서 김정은이 7점에 그치자 팀은 역대 최소인 36점을 얻었다. 김정은이 "36점을 한 경기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치욕스러웠다. 너무 부끄러웠고 팬들에게 죄송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새해 첫날인 1일 '최강' 우리은행과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서 하나외환은 69대67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전에 한번도 리드를 잡지 못하다가 67-67 동점이던 경기종료 31초전 김정은의 미들슛이 들어가며 승리를 거뒀다. 김정은은 이날 22득점으로 양팀 최다 득점을 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정은은 "3라운드에서 36점으로 최소 득점을 하는 등 경기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심적으로 선수들이 다 힘들었던게 사실이다"라며 "팀의 주장이고 해서 선수들에게 오늘이 개막전이라고 생각하자고 했는데 (김)지현언니나 (박)하나도 제몫을 해줬고, 다른 선수들이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라고 했다. 4쿼터 초반 50-60으로 10점차로 뒤지기도 했다. 김정은은 "우리가 뒤집는게 약해서 막판에 넘어가는 것 아닌가 했다"면서 "우리 팀이 나와 나키아가 막히면 힘든 경기를 하는게 사실인데 지현언니와 하나가 제역할을 해줘서 극복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4쿼터 막판 골밑에서 점프했다 넘어지면서 허리를 삐끗해 한동안 코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꾹 참고 다시 일어나 결승득점을 했다. "원래 허리가 안좋은데 삐끗했다.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는 김정은은 "중요한 순간에 감독님이 믿어주시니까 자신있게 던졌다. 나를 중심으로한 패턴이 있는데 잘됐다"라고 했다.
항상 김정은이 초점이 되지만 이번시즌은 특히 힘들었다고. 3라운드 들어 최소 득점을 하는 등 팀이 연패에 빠지자 김정은은 더욱 힘들었다. 팀 최고참인 진신혜의 조언이 김정은을 다시 일어서게 했다. "신혜 언니가 몸이 지친 건 이해하는데 마음이 지쳐보인다. 그래도 네가 흔들리면 안되지 않냐고 조언을 해주셔서 다시 마음을 잡았다"고 했다.
"우리 팀은 1,2번이 조금만 해줘도 어느 팀도 두렵지 않다"고 한 김정은은 "새해에 역전승으로 이겼으니 지현 언니와 하나도 잘 풀릴 것 같다. 믿고 있다"며 2014년의 부활을 굳게 믿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