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마지막 날,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3 KBS 연기대상. 김혜수에게 최고 영광의 대상 트로피가 돌아가며 막을 내렸다. 이번 시상식의 3가지 코드를 짚어봤다.
▶ 아이돌, 당연한 결과? 이변?
아이돌 출신의 연기 변신은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아이돌이 '연기돌'이란 이름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인지도와 팬덤은 무대와 브라운관의 경계를 허물었고, K-POP 열풍을 타고 아이돌 출연 작품이 해외 판권 매출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몸값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번 KBS 드라마에도 씨엔블루 이정신('내딸서영이', '칼과꽃')과 정용화('미래의 선택'), 비스트 윤두준과 엠블랙 이준('아이리스2'), 2AM 조권('직장의 신')과 임슬옹('천명') 등 수많은 연기돌이 출연했다. 그리고 총 5개의 트로피가 아이돌 출신에게 돌아갔다.
2011년 '드림하이'에서 김필숙 역을 맡아 깜찍한 매력을 선보였던 아이유는 두 번째 드라마인 '최고다 이순신'을 통해 여자신인상과 베스트커플상을 받았다. '연애를 기대해'로 처음 브라운관 도전에 나선 보아는 연작, 단막극상 부문에서 트로피를 받아냈다. 소녀시대 윤아도 '총리와 나'로 베스트커플상에 이어 미니시리즈 여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팬들을 제외한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 수상 결과였던 만큼, 수상자들도 감격한 모습이었다. 특히 윤아는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에서 탈피, 사정없이 망가지는 왈가닥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력 면에서는 호평받고 있지만, 아직 작품 자체가 7회까지 밖에 방송되지 않아 온전하게 연기력을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상황. 본인도 수상 호명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잇지 못했고, "아직 '총리와 나'가 방송 중이라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될 줄 몰랐다. 선배들 앞에서 이렇게 상을 받는 게 부끄럽다. 많은 선배들처럼 진정한 연기를 하는 배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힐링 드라마, 시상식도 정화
'착한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시상식에 훈훈함을 더했다. 막장 코드 하나 없이도 첫 방송부터 종영할 때까지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았던 '굿닥터'는 시상식에서도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자폐 성향 레지던트 박시온 역을 맡았던 주원이 방송3사 PD가 뽑은 연기상, 베스트커플상, 남자 최우수연기상, 네티즌상까지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그와 호흡을 맞춘 문채원은 인기상, 베스트커플상, 중편드라마 여자 우수연기상 등 3개 트로피를 받아냈다. 주상욱 역시 중편드라마 남자 우수상을 수상하며 '굿닥터'는 총 8개 트로피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배우들의 호연으로 절절한 감동은 안겨줬던 '비밀'도 선전했다. 남자조연상(배수빈), 여자조연상(이다희), 인기상(지성), 베스트커플상(지성-황정음), 네티즌상(황정음), 남자 최우수연기상(지성), 여자 최우수연기상(황정음)까지 주요 수상부문 올킬을 달성했다. 특히 지성은 아내 이보영에 대해 "촬영 내내 집밥을 해줘서 그 힘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황정음은 "연기로 칭찬받은 건 처음인데 감사하다"며 감동 수상 소감을 밝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 막장 드라마, 시청률만 좋으면 만사 OK?
이해할 수 없는 설정과 황당한 전개로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고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았던 작품들도 대거 수상에 성공했다. 희대의 막장극 MBC '오로라공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막장 삼국지'를 이끌었던 '왕가네 식구들'과 '루비반지'도 시청률을 등에 업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루비반지'는 완전히 다른 두 자매가 교통사고로 얼굴을 바꾸면서 운명이 뒤바뀐다는 설정의 작품이다. 시아버지를 죽인다거나 자매간의 협박이 이어지는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오로라공주' 종영 이후 시청률 20%대를 돌파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 결과 이번 시상식에서도 일일극 남녀 우수연기상(김석훈, 이소연)을 타냈다.
'왕가네 식구들'은 더욱 당황스럽다. 남자신인상(한주완)에 이어 장편드라마 남녀 우수연기상(조성하, 이태란)을 안긴 것은 일단 논외로 하자.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친 엄마의 차별, 아들의 외도마저 합리화하며 이혼을 결심한 며느리에게 빌붙는 막장 시월드 등으로 방송 때마다 '막장 논란'을 몰고오는 작품에 '작가상'을 안긴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라 아쉬움을 남겼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