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기회가 온 것 같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의 '번안가요' 특집 2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또렷하게 알린 출연자가 있다. 주인공은 데뷔 10년차인 발라드 가수 태원(34).
태원은 이날 서울패밀리의 '이제는'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시작은 불안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태원은 곡이 시작되자 마자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가겠습니다"라며 노래를 중단시켰다.
순간,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이대로 다시 날려버리나 라는 암울한 분위기가 무대를 감쌌지만 태원은 차분히 감정을 가다듬고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한 노래를 다시 시작했다.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관객들은 413점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휘성을 꺾었던 이기찬보다 7점이 높은 420점으로 태원에게 첫 승을 안겼다. 이후 태원은 내리 2승을 추가하며 첫 출연에서 3연승으로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사실 이날 무대를 앞두고 태원은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녹화를 6일 앞두고부터는 잠을 거의 못잤다. 무대에 대한 압박감이 장난 아니더라. 그나마 무대가 끝나고 나서 객석의 환호와 박수는 말로 표현 하지 못할 만큼 감동적이었다"며 그날의 흥분을 전했다.
지난 10년간 태원의 연예계 활동은 순탄하지 못했다. 지난 2004년 드라마 '해신'의 OST를 불러 데뷔를 했고, 이후 2006년 1집 '퍼스트 보이스(First Voice)'를 발표했다. 1집 타이틀곡 '여자야'가 좋은 반응을 얻으려는 순간, 태원은 소속사 이중계약 문제로 방송 출연이 정지되며 어두운 터널로 진입해야 했다. 이후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며 재기를 꿈꾸었지만 점점 상황만 악화될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태원은 지난 3월 발라드를 포기하고 트로트로 전격 전향했다. "아버지께서 '이제 너도 나이도 있으니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다. 그래서 혼자 고민하다가 트로트 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하지만 트로트 시장도 불황기라 방송 기회를 거의 잡을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태원이 찾은 돌파구가 '노래 교실'. 전국의 노래 교실을 돌아다니며 직접 앨범 홍보에 나섰다. 태원은 "노래교실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수업 시간 중 15분~20분이 주어지는데 그동안 노래를 몇 곡 부르고 앨범을 파는 형식이다. 그렇게 겨우 자동차 기름값 정도를 벌었던 것 같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태원 안에 꿈틀거리는 발라더로서의 본능은 잠재울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지난 9월 다시 정통 발라드 '미치도록'이란 곡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배우 최진혁과 김가은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뮤직비디오로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한데 이어 꾸준한 방송활동으로 실력파 감성 발라더로서 점차 입지를 굳혀왔다.
그리고 '불후의 명곡'으로 태원이란 이름 두글자를 정확하게 시청자들에게 심어줬다. 후폭풍은 거세다. 태원의 가창력을 알아본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섭외 전화가 밀려들고 있고 다음 앨범 역시 벌써 준비가 시작됐다.
태원은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가 온 것 같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후회없이 활동을 할 것"이라며 "이 기세를 몰아 내년 1월에 신곡을 발표하고 명품 발라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 평소 스타일이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 냄새나는 가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2014년에는 제대로 된 히트곡 하나를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