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
여자 프로농구 하나외환과 KB스타즈의 경기가 열린 18일 부천실내체육관. KB스타즈의 라커룸 칠판에는 위와 같은 숫자가 쓰여 있었다.
이는 지난 13일 열린 두 팀 맞대결에서의 리바운드 숫자였다. KB스타즈가 19개에 그쳤던 것에 비해 하나외환은 2배 가까운 3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 KB스타즈가 9개의 3점포를 꽂아넣으며, 상대팀의 3개를 압도했지만 승리는 하나외환의 몫이었다. 농구의 가장 기본이자 공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리바운드가 이 정도로 차이난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
경기 전 KB스타즈 서동철 감독은 "칠판에 그냥 써놓기만 해도 선수들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집중력의 차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센터 포지션이 취약한데 비해 하나외환에는 정통 센터인 나키아 샌포드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샌포드는 3분의 1도 되지 않은 11개에 그쳤다. 나머지는 하나외환 국내 선수들에게 허용한 것이다"라며 경기에 좀 더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고 했다.
반면 이를 전해들은 하나외환 조동기 감독은 "높이의 경우 집중력으로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지난번 패배로 KB 선수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KB의 경우 외국인 선수인 커리와 콜맨 모두 포워드라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나키아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은근한 자신감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외환의 가장 큰 약점은 외국인 선수가 나키아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모니카 라이트가 이달 초 갑자기 '야반도주'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인 이파크 이브크웨는 빨라야 24일 입국, 26일 삼성생명전부터 투입이 가능하다. 나키아는 지난 KB전에서도 40분 풀타임을 소화해야 했다.
이 경기 이후 5일이 지났지만, 아무래도 만 37세인 나키아에게 체력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당연히 선발 베스트5로 출전했지만, 1쿼터부터 매치업 상대인 KB 커리의 빠른 발을 쫓아가기 힘들어 보였다. 이러는 사이 커리는 1쿼터에만 3점포 2개를 비롯해 14득점을 쓸어담았다.
나키아는 2쿼터 시작 직후 3번째 파울을 지적당했고, 이후 전반 끝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하나외환 선수들은 나키아가 없자 한발씩 더 뛰었고 전반을 35-38, 3점차까지 쫓아갔다.
그러나 나키아가 후반에 다시 투입되자 오히려 경기력이 저하됐다. 전반까지는 모든 선수들이 고른 득점을 올렸지만, 후반에선 슛 찬스가 나자 나키아를 주로 찾았다. 리바운드는 그런대로 걷어냈지만 KB 정미란과 김수연의 악착같은 플레이에 막혀 좀처럼 좋은 공격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KB는 외곽에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나키아를 효과적으로 막은 정미란은 공격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정미란은 전반에 3점포 2개를 성공시킨데 이어 3쿼터 시작 후 2개의 3점포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이후 강아정 변연하 등 전반에 다소 부진했던 슈터들이 내외곽에서 공격을 성공시켰고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72-57, 15점차까지 벌리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국 KB가 모니크 커리(23득점), 강아정(16득점), 홍아란(14득점), 정미란(12득점), 변연하(11득점) 등 베스트 5가 모두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84대70으로 승리했다. 리바운드는 22-31로 여전히 뒤졌지만, 3점포를 무려 11개나 쏟아부었다. KB는 이날 승리로 6승5패를 마크하며 신한은행과 공동 2위에 올랐다.부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