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오현(현대캐피탈)은 '월드 리베로' 이 호에 이어 한국 리베로 계보를 잇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의 디그 하나에 팀의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특히 승부처에서 그의 수비력은 더 빛을 발한다.
18일 러시앤캐시전이 그랬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뭔가 찝찝했다. 공격 불균형 속에서 마음을 졸이며 승리를 따냈다. 여오현의 디그가 없었다면, 경기가 어렵게 흐를수도 있었다. 여오현은 이날 경기의 숨은 영웅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여오현은 "나도 사람인지라 부담도 되고, 아직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앞선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이어 "내가 이겨 내야할 부분이다. 선수들과 더 많이 호흡을 맞춰야겠다"고 덧붙였다. 또 "러시앤캐시전에서도 수비하면서 송준호와 부딪힐 뻔했다. 뭔가 안 맞는다는 뜻이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배우는 과정이다. 나 역시도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손발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오현은 리베로의 자존심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선수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리베로 포지션을 연습한다. 중요한 것은 뒤에서 리더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리베로는 후방에서 공격을 지원하면서 팀의 활력소가 돼야 한다. 파이팅하고, 흥을 돋구어 줘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 리베로는 후방의 리더가 돼야한다"고 밝혔다.
팀의 아킬레스건인 공격 불균형에 대해서는 "좋은 볼을 때려주는 공격수는 많다. 팀에 필요한 것은 나쁜 공을 때려주는 공격수이다. 지금 팀에는 아가메즈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성민의 복귀를 바랐다. 여오현은 "성민이가 복귀하며 분산된 공격을 할 수 있다. 어떻게든 수비해 주면 두 공격수가 득점으로 연결해 줄 것이다. 팀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천안=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