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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언성 히어로' 서재덕, '제2의 석진욱' 변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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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히어로(Unsung hero).'

'보이지 않은 영웅'이라는 뜻이다. 눈에 띄지 않지만,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선수를 의미한다.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이름없는 영웅'은 서재덕(24)이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서재덕은 프로 데뷔시즌이었던 2011~2012시즌 말 왼무릎 부상으로 긴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11개월 만에 코트에 돌아온 지난 시즌에는 악몽을 꿨다. 팀이 25연패에 빠졌다. 그래도 팀 내 믿을 만한 공격수는 서재덕 뿐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입지가 불안해졌다. 라이트에 외국인공격수 밀로스가 영입되고, '슈퍼루키' 전광인이 드래프트에서 뽑혔다. 라이트 자원인 서재덕은 설 자리를 잃었다. 시즌 전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서재덕의 활용법을 다시 썼다. 라이트에서 레프트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하는 것을 권유했다. 감독에게도, 선수에게도 쉽지 않은 권유이었고, 선택이었다. 신 감독은 서재덕이 필요했다. 계속 라이트 공격을 고수할 경우 출전 기회가 적어져 경기 감각이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

서재덕에게는 모험이었다. 배구에서 선수의 포지션 변경은 타 종목보다 힘들다. 그러나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대한항공 시절에도 김학민을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바꿔 성공을 거둔 신 감독을 믿었다. 신 감독은 "재덕이가 배구를 돌아가는 시스템을 아니깐 재활때부터 서브 리시브를 해야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서재덕의 역할은 공격 대신 수비였다. 공격수들에게 전달되는 토스가 이어지기 전까지 서브 리시브의 안정을 이루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집중적인 수비 훈련의 효과는 컸다. 서재덕은 이번 시즌 V-리그 리시브 부문 3위(세트당 평균 4.742)에 랭크돼 있다. 신 감독은 "재덕이가 기본기가 없었다면 이런 권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재덕이가 '제2의 석진욱'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재덕은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얻었다. 신 감독은 "서브 리시브를 좀 더 잘해줘야 한다. 공격의 비중을 낮추고 수비에서 좀 더 눈에 보이지 않는 플레이를 해줘야 한다. 그것이 본인이 살아갈 길"이라고 조언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