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여유가 교차한다.
한 사령탑에게는 지도자 인생을 건 승부다. 또 다른 사령탑에게는 보너스 승부다. K-리그 우승을 놓고 종착역에서 만난 김호곤 울산 감독(62)과 황선홍 포항 감독(45) 얘기다.
김 감독은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2년 전 쓰라린 기억이 있다. K-리그 6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지만, 전북에 우승컵을 내줬다. 이번 최종전은 자존심 회복의 무대다. 특히 K-리그까지 품게 되면 프로 무대에서 다 이루게 된다. 2011년 리그 컵과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섰다. K-리그 우승은 김 감독의 30여년 지도자 인생의 마침표나 마찬가지다.
'우승 팀은 하늘이 정한다'라는 말이 있다. 김 감독은 "하늘이 공짜로 우승을 주진 않는 것 같다.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여유있는 입장에서 쫓기는 입장이 됐다. 27일 부산전 역전패로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마지막 한 경기로 우승이냐, 준우승이냐가 판가름난다. 그러나 단일리그에서 준우승은 의미가 없다. 2등일 뿐이다. 1등만 기억된다.
"죽기살기다." 포항전을 앞둔 김 감독의 출사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차-포'를 모두 떼고 포항을 맞아야 한다. '공격의 핵' 김신욱과 하피냐가 경고누적으로 포항전에 뛸 수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김 감독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수비만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다. 무승부만 거둬도 된다는 상황은 패배를 부른다"고 했다.
반면, 황 감독의 표정에는 여유가 흐른다. 울산에 우승을 내준다고 해도 입지가 좁아지지 않는다. 이미 이번 시즌 중 구단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10월 말, 포항과 2년 재계약을 마쳤다. 특히 포기하지 않고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우승 경쟁을 끌고 온 힘도 팬들에게 칭찬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미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FA컵 맨 꼭대기에 섰다. 내년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도 획득했다. K-리그 우승은 황 감독에게 덤이다.
그래도 찾아온 기회는 놓치고 싶지 않은 황 감독이다. "마지막 유종의 미를 결승전에 거두겠다." 황 감독의 출사표다. 포항은 전력 누수가 거의 없다. 모든 공격수와 수비수를 가동할 수 있다. 울산보다 객관적인 상황에서 우위에 있다.
하지만 부담도 존재한다. 울산은 이번 시즌 안방에서 단 한 차례 밖에 패하지 않았다. 호랑이 굴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황 감독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