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김동섭은 지난 23일 성남 일화의 마지막 홈경기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올시즌 경고누적으로 한차례 결장한 것을 빼곤 전경기에 출전했었다. 하필 마지막 홈경기에 결장이라니, 팬도 팀도 본인도 못내 아쉬웠다. 왼발목 부상이었다. 이날 성남은 대구와 득점없이 비겼다. 27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성남의 마지막 원정경기, 김동섭은 기어이 광양행 원정버스에 올랐다. 안익수 성남 감독에게 "마지막 경기는 꼭 뛰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남전 후반 27분 김동섭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후반 32분, 기가가 문전에서 밀어넣은 슈팅이 골망을 흔든 직후 선심이 손을 번쩍 들었다. 팔을 맞고 들어갔다고 했다. 노골이 선언됐다. 승리가 간절했던 경기, 성남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노장 김한윤이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리고 2분 후인 후반 34분 '원샷원킬' 김동섭이 다시 쇄도했다. 이번엔 완벽한 슈팅이었다. 짜릿한 14호골, 마지막 결승골을 쏘아올렸다. 성남은 1대0으로 승리했다. 올시즌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천적' 전남을 물리쳤다. 성남 일화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올시즌 김동섭은 성남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11년 광주에서 27경기 7골2도움, 2012년 32경기 7골을 기록한 그가 올시즌 36경기에서 14골3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클래식 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일레븐 공격수 부문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에 처음으로 초대받았다. "안 감독님의 비디오 분석훈련, 훈련량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 K-리그로 온지 3시즌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섭은 한층 여유로워졌다. 교체출전 7분만에 골을 넣은 것에 대해 "기가 노골 판정이 나는 순간 결국 내가 마무리 지어야 하는 건가, 생각했다. 운좋게 기회가 왔다"고 답했다. 왼발목에 두터운 테이핑을 한 채 이를 악물고 뛰었다. '원톱'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후반 27분 투입되면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 포워드니까, 이겨야 되니까 꼭 골을 넣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성남 일화로서의 마지막 홈경기에 부상으로 못나갔다. 홈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원정을 앞두고 상태는 안 좋았지만 참고 뛸 수 있을 정도였다. 약을 먹고 뛰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김동섭은 성남 공격의 핵이다. 김동섭이 침묵했던 지난 3경기에서 성남은 부진했다. 3경기 무득점, 무승(1무2패)을 기록했다. 에이스의 부활은 승리로 이어졌다. 김동섭은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꿈도 또렷이 밝혔다. "1월에 국내파 소집이 있는데, 마지막 기회니까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제자' 김동섭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안 감독은 시즌을 마치고서야 '진심'을 드러냈다."한마디로 최고죠!" 발목이 안좋은 상황에서도 골잡이의 품격을 보여준 김동섭을 극찬했다. "의지가 강한 선수라 안뛰게 할 수도 없었고, 마음 한구석에는 악화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올시즌 누구보다 성장했다. 관리를 잘해서 브라질월드컵에 꼭 갔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다. "축구에 대한 본인의 열정, 매진하는 모습, 흔들림 없는 마인드가 올해 화려한 부활을 가져왔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판정항의로 5경기만에 벤치에 돌아온 안 감독이 이례적으로 심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기가의 노골을 선언한 선심분이 동섭이에게 결승골의 기회를 주신 것같다. 심판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김동섭의 어깨를 두드리며 인사를 건넸다. "축하한다! 김동섭."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