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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김진욱 경질, 정말 욕먹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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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김진욱 감독의 전격경질을 어떻게 봐야할까.

최근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등 자유계약선수(FA) 세 명을 내준 두산 베어스가 이번에는 사령탑 교체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놓쳤지만 김 전 감독은 지도력과 별개로 성적을 냈다. 많은 이들이 대체적으로 놀랍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금 거칠게, 단순화시켜 생각해보자. 성적만을 기준으로 지도자의 경질 여부를 결정한다면, 하위권팀 감독들도 모두 대상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일본 마무리 훈련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발표가 났다. 시즌 종료 후에 FA 문제가 정리되고, 2차 드래프트가 진행됐으며, 최근에는 넥센 히어로즈와 트레이드까지 실시하는 등 팀 재편작업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었다.

구단과 야구에 관심이 많은 모기업 오너들의 생각이야 알 수 없지만, 외부인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의문을 품을만한 상황이다. 두산의 프런트 중심 야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많은 팬들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김선우 임재철 이혜천 등 베테랑 선수들이 짐을 쌌다. 팬심이 흉흉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말 두산이 잘 못된 결정을 한 걸까.

냉정하게 한번 돌아보자. 김 전 감독은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지도력에 물음표가 붙었던 지도자이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투수 교체에 실패하고 용병술에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초반 2연패에 몰렸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3승1패의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충격적인 3연패를 당했다. 성격이 온화하고 이론에 밝지만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심지어 '선수들이 만든 우승 기회를 감독이 놓쳤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 전 감독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수 차례 경질설에 시달렸다. 지난해 시즌 중간에도 그랬고,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롯데 자이언츠에 패했을 때도 그랬다. 올 시즌 중반에도 선발과 중간계투진이 무너지면서 대패하는 경기가 나오자 '김진욱 회의론'이 나왔다. 두산이 새 사령탑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두산은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을 눈앞에 두고 놓쳤다. 체력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적지 않았다.

구단은 김 전 감독의 한계를 분명이 알고 있었다. 사령탑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다면, 오히려 더 빨리 칼을 뽑았어야 했다. 그게 충격도 줄이고 모양새도 좋았을 것이다. 모기업 고위층의 결정이 늦어져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을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두산은 최근 10년 동안 8번이나 포스트 시즌에 오른 강팀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큰 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구단에 비해 적은 비용을 쓰면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선수로 키워내 팀을 살찌웠고, 효율적인 구단 운영으로 크게 인정을 받았다. 현장을 책임지고 이끄는 것은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선수지만, 이런 틀을 만든 건 두산 프런트의 힘이 컸다. 일부에서 과도한 프런트 야구라고 하는데, 많은 야구인들은 두산 프런트의 힘이 오늘의 '강한 두산'을 만들었다고 이야기 한다. 구단 입장에서만 이기적으로 본다면 감독은 어디까지나 피고용인일 뿐이다.

FA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베테랑 김선우 임재철 이혜천이 떠나면서 두산은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됐다. 팀에 기여한 선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베테랑 선수를 내준 게 오히려 팀을 위해 잘 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다. 두산은 젊은 자원이 풍부한 팀이다. 세대교체를 통해 더 나은 전력을 구축할 수 있는 팀이다.

물론, 오랫동안 함께했던 선수와 계속 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다. 그러나 두산은 동호회 야구인팀이 아닌 프로 구단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게 진짜 프로다. 이런 면에서 두산은 크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