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이 빈번해진 요즘도 여성 기업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송경애 대표는 1987년 250만원으로 여행사를 창업해 현재 국내 최대 기업체 전문 여행 그룹 SM C&C(모 회사 BT&I)의 수장을 맡고 있다. 건강한 기부 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 온 송 대표는 내가 행복하기위해 기부한다고 강조하다. 송 대표는 여성 최초로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하고, 2013년 김만덕의 나눔 정신을 기리기위해 제정된 김만덕 상의 수상자로도 뽑혔다. 경영과 나눔, 그리고 두 아들을 대학생으로 키운 엄마로서 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해 낸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리=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 기부의 여왕이라 불러도 될까요
박경림 (이하 박)- 먼저 축하 인사부터 드려야 겠어요. 김민덕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요. 거상 김만덕 선생님의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신 분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하던데요.
송경애 (이하 송)- 과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감사합니다.
박- 나눔과 관련한 기사가 많더라고요.
송- 조금이나마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특별한 날 마다 기부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송- 네. 2010년 11월 17일이 특별한 날이라면 2010만 1117원, 이런 식으로 기부합니다. 그러면 그 날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잖아요.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으면 그 기쁨은 하루에 불과하지만 기부로 이어지면 저와 함께 다른 이들도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잖아요.
박-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날짜 기부를 하고, 블로그 방문자 수가 1만대가 넘을 때마다 휠체어도 기부하신다면서요. 남편과 아들도 동참하고, 직원들도 함께 한다고 하는데, 정말 나눔을 전도사시네요.
송- 감사합니다. 경림씨도 함께 하죠. 이번에도 결혼 23주년인데요.
박- 그럼 23억 기부하는 건가요?
송- 하하. 그러면 좋겠는데요. 이번에는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신혼 여행을 갈 형편이 어려운 신혼 부부를 지원해주기로 했어요. 더 많이 기부하기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겠네요.
박- 정말 기부의 왕이 김장훈, 기부의 공주가 문근영이라면 기부의 여왕이시네요. 미소를 봐도 얼마나 행복한 분인지 느껴집니다.
송- 제가 행복하니까 하는거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저 잖아요. 제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에요. 기부나 나눔이 꼭 누가 불쌍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은 그 일을 통해서 자신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죠. 제가 죽기 전에 그래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제 목표죠..
▶ 두 아이의 워킹맘에게 필요한 것은?
박- 아이를 키우면서도 사업을 일구신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사업을 하려면 시간을 다투면서 하는 일 아닌가요?
송- 힘들었죠. 사업도 육아도 전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조금 힘들었지만 가족들이 많이 이해해줬어요.
박-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요?
송- 토요일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보내려고 하는데도 아이들이 "왜 안나가느냐. 엄마는 가서 일해라"라고 하더라고요. 초등학생이었는데요.
박- 신기한데요.
송-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엄마의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엄마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생산적인 사람,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줬죠. 그게 고마운 일이죠. 아이들 입학식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자라준 것은 이런 생각 덕분이죠.
박- 제 생각인데 엄마가 일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요. 엄마가 일한다고 집에 들어오면 매번 짜증내고 화내면 아이들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을텐데요.
송- 다른 것은 몰라도 양보다 질로 승부를 하려고 노력하긴 했어요. 아이와 있을 때는 철저하게 화내기 보다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화내고 짜증내고, 그러기보단 일하는 것도 결국 내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골프나 저녁 회식 같은 것을 안하게됐어요. 주말에면 아이들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
박- 주말만큼은 아이들과 온전하게 보냈다는 말이군요.
송- 아이들이 지금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지만 그것만큼은 철저하게 지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가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죠. 내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지도 않고, 그저 칭찬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박-그 덕분인지 아이들도 엄마 아빠를 많이 따른다고요.
송- 두 달 전에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대학생 애들이 엄마와 함께 10박 크루즈 여행을 함께 해준다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잘 따라줘서 고맙더라고요. 엄마 욕심이 그렇거든요. 내가 원하는 것을 아이들 통해서 얻으려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아이가 행복한 것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박- 아이들이 엄마를 본받아서 좋은 일도 많이 한다고요.
송- 남편이 치과 의사인데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남편을 따라서 치과 봉사 활동도 가고, 탈북자들도 많이 났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기숙사에서 라면을 팔아서 수익금으로 기부도 했어요. 기숙사 애들이 라면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팔았던 수익금 5000불을 재단에 기부를 했어요. 또 본인이 인턴 사원을 한 뒤에 번 200만원도 아프리카에 보내는 자전거 마련에 썼고요.
박- 뿌듯하겠어요. 정말 잘 키웠네요.
송- 아이들이 밝게 커줘서 고마울 따름이죠.
박- 그래도 워킹맘으로 살다보면 미안한 일도 참 많았을텐데요.
송- 여행업을 하다보니 출장도 많아서 입학식도 못가봤죠. 학교 찾아가는 것은 포기했고요. 학교 담임 선생님이 누군지도 몰랐고, 그렇게 보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바쁘다'라고 생각하고 존중해줬죠.
▶ 항상 웃는 남편을 만난 덕분에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어요.
박- 아빠의 노력이 컸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송- 아빠의 역할도 컸고, 고맙죠. 아직까지도 단 한 번도 제가 하는 일에 불평한 적도 없고, 힘이 돼 줬죠. 남편을 잘 만났죠. 하하.
박- 그 힘이 뭘까요?
송- 사랑, 믿음 그런 것일까요. 저를 많이 서포트 해줬어요.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 이런 일을 해낼 수 없었겠다는 생각은 많이 들어요.
박- 남편 자랑 좀 해주세요. 어떤 외조를 해줬나요.
송- 항상 보면 웃고요. 칭찬해주고요. 힘이 나게 해주고요. 제가 힘들다고 집에 들어오면 어깨 마사지부터 해주는 사람이에요. 항상 힘을 주는 사람이라서 딱 꼬집어서 하나를 이야기해달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그 덕분에 많은 것이 가능하게 됐던 것 같아요.
박- 이상형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같은 남자보다 훨씬 좋으시죠?
송-그쵸. 남편을 만나서 정말 감사하죠. 사실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굉장히 까칠한 성격이었어요.무엇도 저를 만족시킬 수 없었죠. 오죽하면 '지적'의 여왕이었다니깐요. 레스토랑에 가면 '이 소스가 남편 덕분에 많이 변했어요. 오죽하면 '나는 99번 긍정하라'는 책을 다 썼겠어요.
박- 두 분의 긍정의 힘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오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시는데요. 아이들에게 어떤 유언을 남기고 싶으세요.
송- 저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면 되는거지. 어떤 꿈을 더 꿔야하는 지 모르겠어요.오드리 햅번이 자신의 아이에게 '나이가 들면 알게 된다. 사람의 손이 2개인 이유가 하나는 나를 위한 손이고, 다른 손은 남을 위한 손이다'라고 말했다는 데 그 말이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저도 아이들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박- 대표님의 꿈은요?
송- 이 인터뷰를 하면서 '엄마도 꿈이 있단다'란 말이 안타깝게 들려요. 엄마가 당연히 있어야 할 꿈을 '엄마도 꿈이 있단다'라고 말하니까 꼭 엄마는 꿈이 없어야 하는 사람인데 꿈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엄마가 당연히 꿈 꿀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박- 인터뷰 시간보다 미리 도착해서 직원분하고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벌써 셋째를 임신했다고 하던데요. 그 말을 듣고 이 회사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송- 저희 회사는 이직률이 낮은 회사에요. 여성 직원들 비율도 80%에 이르고요. 오죽하면 제가 한 층에 화장실을 '여', '여'로 바꾸자고 했을까요. 하하. 출산휴가는 물론 육아휴직도 2년을 붙여서 쉴 수도 있게 해놨어요.
박- 이 회사만의 좋은 제도도 있어서 화제가 됐다던데요. 3+1인가요?
송- 대표로 있어보니까 직원들이 재직증명서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연봉이 적고, 이직이 높은 직업군이다보니 돈을 모으질 못하더라고요. 그러니 자꾸 대출을 받게 되고요. 그래서 3+1이라는 제도를 시작하게 됐어요. 3년을 다닌 우수 사원에 한해서 1년치 연봉을 주는거죠. 그렇게 목돈이 들어오면 직원들의 삶도 여유가 생기고, 회사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잖아요.
박-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대표님의 철학을 배우게 되네요. 엄마가 꿈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꿈을 져버리고 살아가야 하는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송- 네. '난 소중하니까'라는 한 제품 광고가 있는데요. 너무 힘든 상황에 놓인다고 하더라고 자존감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용기를 주고, 내가 행복해야 가족이, 사회가 행복하다라는 자부심으로 사세요. 오늘도 행복하게 사는 엄마를 꿈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