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차가 무려 64배다.
마르셀로 리피 감독(65·이탈리아)은 유럽챔피언스리그(1996년·유벤투스)와 월드컵(2006년 독일·이탈리아)을 제패한 세계적인 명장이다. 아시아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행보는 상상도 못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이장수 감독의 바통을 넘겨받아 광저우 헝다의 지휘봉을 잡았다. 중국 리그에서 2연패에 성공했고, 어느덧 아시아의 정상을 노리고 있다. 명성보다는 역시 돈이었다. 그의 연봉은 1100만유로(약 16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수 FC서울 감독(42)은 지난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에 올랐다. 감독 첫 해인 지난해 K-리그를 정복했다. 서울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올초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현역 시절 J-리그를 누볐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에 출전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 석자는 아시아에 머물러 있다. 세계와는 거리가 있다. 감독으로는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격에서 피날레 무대까지 올랐다. 재계약이 이뤄졌지만 올해 그의 기본 연봉은 2억5000만원이다.
160억원과 2억5000만원의 대결이다. 1차전에선 2대2, 누구도 웃지 못했다. 다윗과 골리앗이 드디어 마지막 무대에 선다. 서울과 광저우가 9일 오후 9시(한국시각)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ACL 결승 2차전을 치른다.
리피 감독은 유벤투스 등 유럽 명문 구단과 이탈리아대표팀을 이끌면서 뚜렷한 색깔이 있다.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극대화하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잠재력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정신력과 조직력을 함께 강조한다. 그는 10여명의 중국 국가대표를 비롯해 브라질 출신의 무리퀴(이적료 350만달러·약 37억원)와 엘켄손(이적료 750만달러·약 79억원), 아르헨티나의 콘카(이적료 1000만달러·약 106억원)를 입맛대로 요리하고 있다. 전술은 선수들의 장단점에 맞추는 스타일이다.
K-리그의 자존심인 최 감독은 선수단 장악력이 첫 손에 꼽힌다. '형님 리더십'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근과 채찍이 반복된다. 홈경기 합숙 폐지 등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지만 엄격하게 관리한다. 천하의 데얀과 몰리나도 그의 말 한마디에는 꼬리를 내린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쥐락펴락한다. 선수들과의 두뇌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선 철저하게 패싱 축구를 지향한다. 지난해에는 4-3-3 카드로 안정에 무게를 뒀다. 올해는 4-4-2로 변신, 더 화끈한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는 최 감독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리피 감독의 등장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결전을 하루 앞둔 두 감독은 결연했다. 리피 감독은 유럽에서의 성공과 ACL 우승에 대해 "큰 차이가 없다. 챔피언의 자리는 어디에서나 똑같다"며 "두 팀 모두 각각 50%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든 준비가 됐고, 부상 선수들도 전원 복귀했다. 서울을 존중하지만 우리 자신을 믿고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 홈팬들의 성원도 우리에게는 큰 이점"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 감독은 리피 감독의 과거와 현재를 존중한다. 존경받을 만한 지도자고 했다. 그렇다고 우승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지도자로서는 세계에 그의 이름 석자를 알릴 수 있는 무대다. 최 감독은 "FC서울은 30년 전통의 K-리그 역사를 새롭게 쓰기 위해 광저우에 왔다. 당당하게 승리를 통해 중심에 설 것이다. 상대도 세계적인 명장과 자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좋은 팀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과 자신감, 결속,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이 나를 설레이게 하고 있다. 상당히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광저우(중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