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검사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월드컵 때, 올림픽 때도 받아서 다 출전했는데. 그때도 어린 나이에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할 수도 없네요."
해묵은 성별 논란에 또다시 휩싸인 여자축구선수 박은선은 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해 격정을 토로했다. 10년전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성별 검사를 이미 3차례나 받았다고 했다. 27세 여자축구선수에게 수치심을 주는 성별검사를 강요하는 축구계를 향한 인권 논란이 뜨겁다. 스포츠계 성별 논란은 뿌리깊다. 의술과 과학의 발달,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성별 검사 절차와 방법도 변해왔다. 성별검사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될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여자선수들에 대한 성별 검사를 시작한 것은 1960년부터다. 남성적인 외모, 근력으로 우월한 경기력을 발휘하는 여자선수들을 타깃으로 했다. 처음에는 알몸으로 성별을 확인하는 원시적 방법이었다. 1968년부터 성 염색체 검사법이 도입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성별 테스트의 비과학성과 여성 인권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성별 테스트는 전수검사가 아닌 의혹이 제기된 일부 선수에 대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걸쳐 의학 및 영상촬영, 진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남성, 여성 사이의 성인 '인터섹스(intersex)'에 대한 확진도 가능해졌다. 기술의 발달과는 별개로 스포츠계의 성별 감정은 더욱 심층적이고 복잡다단해졌다. 생물학적 성별보다 사회적 성정체성에 대한 존중, 여성 인권 등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수의 성을 섣불리 예단, 검증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치열해졌다.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식입장을 드러내는 것을 가장 꺼리는 분야다. 2011년 6월 FIFA가 발효한 성별감정 규정 13~14조에는 명확한 절차나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에 대한 징계도 명시하고 있다.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돼야 하고, 성별 감정 요청의 이유, 증거가 명백해야 한다. 무책임한 의혹 제기의 경우 FIFA 사무총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징계도 가능하다.
원시적인 알몸 테스트부터 시작해 DNA, 염색체 테스트에 머무르던 스포츠 성별 감정의 최근 흐름은 '남성호르몬 검사'다. 육안으로 감별된 생물학적 외형이 아닌, 선수의 경기력에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androgen) 수치에 주목하고 있다. 안드로겐은 스피드, 파워, 근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직전 IOC의 성별 감정 규정은 철저히 '호르몬' 중심이었다. 혈액 1리터당 7~30나노몰의 남성호르몬이 검출될 경우를 문제 삼았다. 일반적인 여성선수의 평균치인 리터당 3나노몰을 기준으로 했다. 세포가 남성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는 유전적 질환인 안드로겐 불감성 증후군(AIS:Androgen Insensivity Syndrome)의 경우는 출전을 가능하도록 했다. 성별논란의 중심에 섰던 AIS의 경우 정상여성과 같은 염색체(46XY)를 가진다. 바깥 생식기는 여성이지만, 체내에 남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는 고환이 존재한다. 자궁이나 자궁관, 난소가 없거나 무월경인 경우가 많다. 의학적, 법적, 사회적으로 여성으로 인식된다. AIS는 보통 2만 명 중의 1명꼴이다. 어떤 식으로든 인터섹스 인자를 가진 경우는 2000명 중 1명이다. 스포츠계에는 유난히 빈번하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선수의 경우 400명 중 1명꼴로 알려져 있다.
남아공의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2009년 8월 독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우승한 뒤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성별 검사 결과 남성호르몬 수치가 보통 여성의 3배 정도로 높았다. 여성 생식기는 있으나, 자궁과 난소가 없고, 숨겨진 고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형적인 AIS의 증상이다. 세메냐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남아공 국기를 들고 입장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