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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후보작으로 살펴본 2013 한국영화 트렌드, 남풍-부성애-집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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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청룡영화상 후보가 결정됐다. '한국영화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화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만큼, 쟁쟁한 후보들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에 제34회 청룡영화상을 통해 2013년 한국영화 트렌드를 짚어봤다.

▶ 충무로에 불어닥친 남풍(男風)

올한해 영화계에서는 남자 배우 강세장이 이어졌다. 류승룡 원톱 영화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베를린'(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관상'(송강호 조정석 이정재 이종석 백윤식), '설국열차'(송강호), '신세계'(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등 남자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남배우들의 호흡에 남남커플, 브로맨스(브라더와 로맨스의 합성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반면 여배우 기근현상은 여전했다. 엄정화 엄지원 문정희 김민희 한효주 등이 고군분투 했지만, 확실한 티켓 파워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20대 여배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성 관객 비중이 늘어나면서 남자 배우를 선호하는 현상이 생긴 것도 여배우 가뭄 현상을 부추긴 하나의 원인이 됐다.

▶ 새로운 코드, 부성애

유난히 부성애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7번방의 선물'은 6세 지능의 딸바보 용구(류승룡)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지만, 딸 예승(갈소원, 박신혜)을 향한 용구의 절절한 사랑에 관객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극중 용구의 대사인 "예승이 콩 먹어야돼", "세일러문 가방" 등은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됐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관상' 역시 부성애 코드를 담고 있다. '관상'은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이 계유정난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굵직한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드는 게 바로 부성애다. 내경이 상경을 결심하거나, 팽헌(조정석)이 배신하는 원인제공을 한다.

'소원'에서도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된 소원(이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아빠(설경구)의 노력은 눈물겹다. 배변 주머니를 찬 딸을 위해 사탕 가방을 준비하고, 언론에 맞서기도 한다. 특히 마음의 상처로 아빠와의 접촉마저 거부하게 된 소원이에게 다가가고자 한 여름에도 코코몽 인형옷을 입고 보디가드를 자청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폭풍 눈물을 흘렸다.

▶ 액션 or 휴먼, 장르의 집중화

장르 집중 현상은 아쉬움을 남겼다. 대형 투자사 자본이 유입되면서 영화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장르의 다양성과 감독의 창작성보다는 이윤 창출에 눈을 돌리게 됐다. 덕분에 상업 영화의 규모는 확대됐지만, 장르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관객이 찾는 장르의 영화만 집중해서 만들다 보니 액션, 휴먼 드라마 등으로 좁혀졌고 다른 장르의 영화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간간히 개봉하는 작품도 2주차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에 영화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배우 최민식은 "풍요로운 시대다. 그런데 개봉작들을 보면 획일적인 부분도 없잖아 있다. 과거엔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등 다양한 색을 가진 감독이 많이 나왔다. 요즘엔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면서 투자 심의가 굉장히 세졌다. 장사가 되는지 안되는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 그러나 문화 상품 이란건 손해도 보는 거다"고 안타까워 했다.

황정민 역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다. 우리끼리도 '우리가 다양해져야 한다. 아이스크림도 골라 먹는데 영화를 골라보는 재미를 안 주면 어떻게 하나'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원래 멜로나 따뜻한 얘기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자극적이지 않은 얘기들은 흥행이 안되니까 제작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